22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이 압승을 거뒀다.
옛 동독 출신으로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최연소 총리가 됐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선 연임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2017년까지 총 12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면 11년간 영국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를 넘어서 유럽 최장의 여성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민ㆍ기사당 연합은 제1 공영 ARD 방송사 조사에서 42.0%, 제2 공영 ZDF 방송사 조사에서는 42.5% 득표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민당은 ARD 방송사 조사에서는 4.7%, ZDF 조사에서는 4.5%로 원내 의석 배정 기준인 `5% 룰'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돼 현 보수연정은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1949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서 제외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
사민당은 두 방송사가 추산한 득표율이 26.0%와 26.3%로 나타났고, 녹색당은 8.1%와 8.0%, 좌파당은 8.3%와 8.5%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선 변수로 떠오른 반(反) 유로화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두 방송사 조사에서 각각 4.9%와 4.8%로 의석 배정 커트라인을 통과할지 불투명하다.
하원 의석 정원은 598석이지만 지역구 당선자 우선 원칙에 따라 발생하는 '초과의석' 때문에 실제로는 정원보다 많은 616석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ZDF 출구조사를 근거로 추정한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의석은 297~302석으로 단독 과반 확보는 근소한 차이로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조금 우세하다.
하지만 초과의석 확보에서 선전하면 단독정부 구성이라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에 못지 않다.
특히 AfD가 원내 입성에 실패하면 자민당, 해적당 등을 비롯해 10% 이상의 사표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민ㆍ기사당의 단독 과반의석 확보 가능성이 커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민당은 184~149석, 녹색당은 57석, 좌파당은 60석으로 3당 합계는 302~306석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민당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기민ㆍ기사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으나, 야권 3당으로만 과반수 의석 확보가 불투명하고 좌파당과 노선 차이로 연정 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에는 대연정 제안이 오면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민ㆍ기사당 연합이 압도적인 1위에 오르면서 대연정 대신 녹색당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커졌다.
이날 총선 투표율은 73%가량으로 4년 전 총선의 70.8%에 비해 증가했다.
메르켈 총리는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지 "엄청난 결과다. 오늘은 즐기자. 우리는 향후 4년을 독일을 위한 성공적인 기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완승을 자축했다.
기민당 실력자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노동부 장관은 "메르켈 총리의 압승이다. 중요한 것은 독일이 안정적인 여건을 맞게 됐다는 것"이라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