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돌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기하겠다고 밝힌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09.21.   ©뉴시스

북한이 21일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발표한 것은 금강산 관광 관광 재개에 대한 불만 표시와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에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 그 누구의 돈줄이니 뭐니 하고 중상하는가 하면…" "괴뢰들이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등 금강산 관광 회담과 관련된 불편한 심기가 곳곳에서 직접 언급됐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이날 이산가족 상봉 재개의 조건으로 내건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가 결국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개최를 언급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에 앞선 금강산 재개 실무회담 개최를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후 회담 개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가 최근에 제기해 놓은 회담 시점은 내달 2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9월25∼30일)가 모두 끝난 뒤인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핵문제와 5·24조치 등을 이유로 금강산 재개 실무회담을 여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조평통 대변인 성명에서 남쪽의 전쟁도발책동과 통일애국인사 탄압을 상봉 연기의 이유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주된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에도 북한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개최했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이 발생했어도 개성공단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산 상봉 연기의 핵심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이산가족 상봉 '연기'라는 표현을 사용해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상봉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2001년 10월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9·11테러로 인한 정부의 경계조치 강화를 이유로 중단시켰다가 반년 뒤에 재개한바 있다.

이 같은 과거 사례로 볼 때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비롯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봐가면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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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