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6일 가진 3자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등과 관련해 현격한 견해차 때문이다.

이는 회담 의제와 관련, 사전조율을 통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현장에서 각자 입장을 주장하는 형식이 된 영향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회담의 주요 현안들은 박 대통령과 민주당이 극심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사전조율도 어려워 결국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 없었다는 점에서 예견된 결렬이라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정 책임자로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나아가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선 시기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뚜렷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국정원 정치개입사건과 선을 그은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서도 야당의 '국회 주도 개혁' 방안을 일축하며 국정원 자체 개혁 방침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과 박 대통령을 연결시키며 책임을 추궁하려했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관련 사안과 철저히 거리를 두며 책임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입장차는 이번 국정원 정치개입사건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시각이 판이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과 김 대표는 이번 사건을 국정원에 의한 국기문란 사건으로 보는 반면 박 대통령과 여당은 전 정권 인사들이 벌인 일탈행위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논란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김 대표가 제기한 청와대 개입설을 일축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채 총장 스스로 의혹을 증폭시켰다며 채 총장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과거 임채진 전 총장의 삼성 떡값 수수의혹 감찰을 근거로 제시하며 채 총장의 대응방식을 비판, 역공을 펴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사실상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애초에 성과를 낼 수 없는 회담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제를 조율하고 합의문 주요내용에 관한 합의를 이룬 후에 열리는 기존 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의제를 결국 정하지 못한채 이뤄졌다. 청와대가 사전 의제조율을 하지 않고 국정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겠다고 하는 바람에 3자간 의제조율 과정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게다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회담 개최 자체에 의의를 두며 이번 회담을 원내외 병행투쟁 중인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위한 계기 정도로 여긴 반면,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 등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해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합리적 조정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것도 회담결렬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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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