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두 어르신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 가을인가봐요. 그렇게 덥더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요.
- 그러게요. 감기들기 딱 좋겠어요. 일교차가 심해서...
- 또 한해가 가겠네요. 아파서 가고 늙어서 가고...
- 부르면 가야죠. 돈많은 이병철도 가고 정주영도 가는데...도리 있나요?
여름 무더위는 버티느라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늘한 가을바람에 생각의 창이 열리나 봅니다. 우리 모두는 생각하는 존재이니까요. 가을 하늘이 높아만 보인다며 한 두 번은 맑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고개를 든 김에 하늘로 향하는 믿음의 문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로뎅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얘기한 적 있습니다. 그것이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지옥의 문을 재현한 조각으로, 죄지은 자들이 모든 희망을 버리고 지옥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지금 누구를 위하여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