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을 하고 우리의 러시아 극동진출 활성화 방안과 북극항로 및 항만 개발협력 등 한ㆍ러 경협의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산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해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철도에 대한 열망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열린 네 번째 양자회담이자 미국·중국에 이어 한반도 주변 4강 정상과의 세 번째 회담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유라시아 협력을 강화하는 게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라며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또 "유라시아의 협력 등 이런 과제와, 또 푸틴 대통령께서도 극동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다고(들었다)"라며 "그런 것이 접목된다면 두 나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10월에 서울에서 유라시아 협력 국제컨퍼런스가 열리게 된다"며 "러시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감사하겠다"고 희망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면서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더 발전할 수 있는 게 많은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런 점에 대해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이유는 북한의 핵무장과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영향을 줬다"면서 "같이 해결해서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고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협력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를 나눠 우선순위를 둬 추진하고 앞으로 사안별로 구체적인 진전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의 적극적 참여에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며 "우리는 아시아지역에서 대한민국이 우선적 파트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표했다.
약 40분간 이뤄진 이날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동북아 문제, 군사기술 관련협력, 사회문화협력 등도 논의했지만 주로 경제협력 분야와 관련해 주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했다.
또 이달 중순 북극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 출발하는 첫 내빙선 등과 관련해 러시아가 협력해줄 것을 박 대통령이 당부했다. 이 밖에 에너지 및 조선 분야에 대한 협력도 논의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현재 올해 안에 방한하는 계획을 우리 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일정이 최종 합의되면 양국 정부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방한할 경우 대통령 자격으로는 세 번째 방한이 되며 푸틴 3기 정부 들어서는 첫 방한이다. 또 2005년 방한 이후 8년만이다.
윤 장관은 "9월에 (정상회담을) 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하겠다는 것은 사실 외교적인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며 "결국 푸틴 정부가 우리나라 관계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양 정상은 남·북·러 3각협력과 관련해서도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더욱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 문화원 설치 협정 및 사증 면제협정 체결 등도 푸틴 대통령 방한 때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시간적으로 경제문제를 많이 (논의)하다보니 사실 조금 시간이 부족했다"며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와 관련해서는)거의 마무리하는 시점에 제기가 돼 러시아 측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얘기도 하지 못하고 북한문제도 사실상 깊이 얘기하지 못하고 끝났다"며 "경제문제를 제일 먼저 얘기하는 바람에 정치안보 문제는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