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선교에 참여하는 교회, 기관, 선교단체들 중 '이주노동자선교'에 참여하는 곳이 절반에 불과하며 향후 사역 비중도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범(汎)교단 차원의 정책 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KD한국교회희망봉사단(대표회장 김삼환)은 5일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 북카페 다사랑에서 한국교회 이주민 선교 기초조사 보고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해 9월~12월까지 3개월 간 우편과 전화로 실시됐으며, 이주민선교를 하는 국내 교회와 기관, 선교단체 575개 중 설문에 응한 270곳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이주민선교 역사 20년 가운데 첫 전국 규모의 '기초조사 보고서'로 합동, 고신, 기성 등 복음주의 진영과 통합, 기장, 기감 등 에큐메니컬 진영이 모두 자문위원 및 운영위원회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민선교 중 이주노동자선교는 32%, 결혼이민여성선교는 29%, 다문화가정선교는 19%, 유학생 선교는 15%, 난민선교는 5%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주민 74만1천3백여 명 중 이주노동자 수는 47만8천여 명, 결혼이민여성은 12만7천여 명으로 4배나 많은데 비해 사역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각 이주민 숫자와 사역 비율을 비교할 때 이주노동자선교는 응답자의 절반만 참여했으며 결혼이민여성선교는 1.7배, 다문화가정선교는 3배, 유학생선교는 1.3배, 난민선교는 50배로 나타났다.
■ 밑 빠진 독 된 '이주노동자선교'…상대적으로 성장하는 '결혼이민여성선교'
조사팀은 "이주노동자선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산재, 노동상담 등 어려운 일이 많으면서도 이들의 출입국이 빈번하게 일어나 힘든 것에 비해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결혼이민여성선교는 한글, 문화교육 등으로 접근이 용이하고 교회에서 자원봉사자나 후원을 얻기도 쉬워 사역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팀은 국내 이주민선교 경향에 대해 "이주노동자선교는 감소하는 추세로 보이고 결혼이민여성선교는 발전 중이며, 다문화가정자녀선교는 초기단계, 유학생선교는 전략적으로 종교권별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앞으로 장기체류가 가능한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주노동자선교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난민선교의 경우 절박한 상황을 반영해 난민 숫자 대비 5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향후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민선교 형태는 교회부설이 28%, 이주민기관(법인, 비영리민간단체)이 17%, 이주민선교기관·센터가 16%, 복합형태(교회+선교기관)가 16%, 이주민교회가 10%, 자조모임·독립외국인교회가 7%로 나타났다. 이주민선교에 대한 목적으로는 전도와 사회봉사, 인권, 삶의 질을 개선하는 통전적 선교가 28%, 전도가 25%, 세계선교가 19%, 인권 향상 및 삶의 질 개선이 17%, 교회개척이 8% 순으로 나타나 복음주의적 목적(전도, 세계선교)과 에큐메니칼 목적(인권, 삶의 질 개선)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주민선교 실무자·자원봉사자 턱없이 '부족'…열의 한 곳, 실무자 없어
이날 보고서에서 지적된 문제로 이주민선교를 담당할 실무자가 아예 없거나(14%), 1명(21%) 혹은 2명(18%)인 경우가 53%에 달한다는 점이다. 자원봉사자도 아예 없거나(13%), 5명 미만(27%), 5~7명(11%) 순으로 파악돼 실무자와 자원봉사자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일로 파악됐다. 7명 이하 소규모 교회, 기관, 단체는 51%, 8~20명의 중형규모는 29%, 21명 이상인 대형규모는 18%였으며 예산 규모는 2천만 원 미만의 소규모가 23%, 2천만 원 이상 5천 만원 미만의 중형규모가 23%, 5천만원 이상의 대형규모가 29%로 조사됐다.
조사팀은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단 총회 차원에서 이주민선교 형태, 목적, 규모, 예산, 대상국가, 프로그램 등에 대한 심층조사를 하고 이주민선교의 중장기 전망을 세울 것을 요청했다. 또 이주민사회선교사 또는 이주민국내선교사 제도를 수립하고 이주민교회들이 노회, 연회, 지방회에 가입하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주민선교의 교육, 훈련 분야의 주요 과제로 ▲다문화가정자녀를 위한 통합교육 교재 및 커리큘럼 개발 ▲이주민선교 실무자와 자원봉사자 양성과정 및 훈련과정 개설 ▲목회자 재교육 과정 마련 ▲신학교 커리큘럼 개발 등을 꼽았으며 이러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책 수립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이주민선교 교회, 기관, 단체들이 연합하여 가칭 '한국개신교이주민선교협의회'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주민선교 현장을 고려한 이주민선교 정책 수립과 교육훈련 과정 개발 등은 이주민선교신학 개발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희범 한교봉 총무(성결대 학장)는 인사말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고달픔을 느끼며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보고 섬기려는 한국교회의 몸부림은 바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이번 기초조사는 이주민선교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그 토대 위에 정책을 세우고 같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 밑받침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전했다.
황홍렬 책임연구원(장신대 교수은 경과보고에서 "이주민선교 역사상 첫 보고서로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컬 진영을 아우르는 전국 각지의 연구원들이 이주민선교를 위해 힘을 모아 작성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장성진 서울사이버신대 교수(영국 에딘버러대 선교학 박사)는 총평에서 "이제라도 기초조사 보고서가 나온 것이 다행"이라며 "이주민 선교대상자에 대한 용어를 분류하여 정리하고, 폭넓은 조사 대상을 선정했으며 교회, 기관, 단체들의 자발적 설문 참여 등을 이끌어낸 것은 이번 조사의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선교대상자들의 종교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대상 분류가 이뤄진다면 연구가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제안한 그는 "2012년 한국에서 해외로 파송한 선교사 숫자는 167개국 24,742명이며, 한국으로 오는 이주민의 수는 145만명이다. 많은 선교인력이 해외로 파송되고 동시에 많은 선교대상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이주민선교를 하는 데 이 보고서가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코워커 존스 갈랑 UCCP 파송 선교사와 바이르마 몽골제자교회 목사는 축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