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유병률은 유독 선진국들에서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지나치게 깨끗한 위생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몰리 폭스 박사는 깨끗한 위생환경으로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노출될 기회가 없으면 면역체계가 올바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이 치매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폭스박사는 이제는 위생가설과 연관된 질환의 명단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환경이 깨끗한 선진국들에서 유독 치매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현상이 바로 이를 입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생가설은 면역체계가 발달하는 시기인 아동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믿어져 왔지만 치매의 경우는 평생에 걸친 세균 노출이 중요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 이유는 면역체계의 과잉반응을 제어하는 규제 T세포(regulatory T-cell)의 수가 사춘기, 중년 등 인생의 여러 중요한 시점에서 정점에 이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생가설의 근거는 세균 등 감염원에 노출되지 않으면 면역체계의 핵심으로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는 백혈구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면역세포인 T세포 중 공격용 T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규제 T세포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공격용 T세포 과잉반응을 유발, 염증과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세포가 자체의 신체조직을 외부침입자로 오인, 공격함으로써 발생하는 질환이다.
규제 T세포의 기능저하는 치매환자의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특정 형태의 염증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폭스 박사의 설명이다.
한편 폭스 박사의 연구팀이 빈국과 부국 192개국의 위생환경과 치매 유병률을 비교분석한 것을 보면 영국, 프랑스 등 깨끗한 상수도 체제가 갖추어진 나라는 케냐, 캄보디아 같은 상수도 보급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에 비해 치매 유병률이 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 전염병 발생률이 상당히 낮은 나라는 중국, 가나 같은 전염병 발생률이 높은 나라보다 치매 유병률이 12% 높다.
이 밖에 도시화 비율이 높은 나라도 기대수명에 상관없이 치매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영국, 호주 등 인구의 4분의 3이 도시지역에 살고 있는 나라는 방글라데시, 네팔 등 도시 거주 인구가 전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나라에 비해 치매 유병률이 10% 높다.
전체적으로 위생환경, 전염병, 도시화가 국가간 치매 유병률 차이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33%, 36%, 28%로 분석됐다.
이 연구결과는 '진화·의학·공중보건'(Evolution, Medicine and Public Health)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