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지휘는 첫 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애매하면 100명을 이끌어갈 힘이 없어져요."
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포디엄(연단). 이날만큼은 이 연단의 주인공이 정명훈(60)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아니다.
올해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의 준결승까지 진출한 박준성을 비롯해 백윤학, 서진, 최수열, 홍석원, 리오 쿠오크만 등 미래가 기대되는 지휘자 6명이 번갈아 가며 연단에 올랐다.
정 예술감독은 브람스 교향곡 1번(전 악장)을 지정곡으로 4시간 동안 '지휘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연단에 오르는 대신 연습실 곳곳을 누비며 이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그리고 자세를 교정해주고 동작을 지휘하며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한 조언도 했다.
엄한 말만 한 것은 아니다. LA필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할 때의 일화도 들려주며 차세대 지휘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당시 지휘를 잘 했다고 생각하고 연단에서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객석에 있던 어머니가 왜 그렇게 구부정한 자세로 지휘를 했느냐고 하더라고요. 지휘는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하는 것이 필요해요. 허허허."
이날 클래스 대상자인 6명은 ▲재단의 공익 공연 지휘를 통해 검증된 지휘자 ▲정 예술감독 오디션을 통해 검증된 지휘자 ▲정기공연의 객원지휘자가 추천한 젊고 재능 있는 지휘자 등을 기준으로 뽑힌 이들이다.
정 예술감독이 2005년 음악고문으로 서울시향과 인연을 맺은 뒤 처음으로 벌이는 이 프로젝트는 그가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젊은 지휘자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휘자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키우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우리가 재주 있는 사람을 찾아내서 도와주고 밀어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지휘 마스터 클래스'는 서울시향이 중·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전문 음악가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다. 앞서 지난달 중순에는 금관 악기 부문에 유독 취약한 국내 오케스트라를 위해 트럼펫 연주자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바티 브라스 아카데미'를 마련하기도 했다.
정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은 이날 클래스에 참여한 6명을 지속적으로 오케스트라와 연계시켜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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