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일치를 강조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에서 구제와 봉사·나눔·돌봄 등을 뜻하는 '디아코니아'(Diakonia)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다음달 개최되는 WCC(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총회를 앞두고 이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생각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WCC 10차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 기획위원회가 주최하고 KD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주관한 'WCC 디아코니아 신학 세미나'가 2일 오후 1시 동숭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WCC 한국준비위 상임위원 장상 박사(전 이화여대 교수)는 '디아코니아에 대한 성서적 성찰'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디아코니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성서전승으로 복음서 사랑의 두 계명(막12:31)과 바울서신의 몸의 신학(롬12:2)을 선택해 설명했다.
장 박사는 먼저 "예수는 섬기는 자로 오셨다. 그의 삶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온전히 통합되어 있다"면서 "디아코니아는 교회 활동의 한 부분, 혹은 사회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공동체의 본질적 표현이며, 교회의 삶 자체라고 이해되어야 할 것"이라 했다.
그는 이어 "바울에 의하면 몸으로 드리는 예배는 '산제물'의 예배이며, 그것이 바로 '영적예배'"라고 설명한 후, "그리스도인의 예배는 죽은 동물을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삶 자체를 헌신하는 산 제물이며 유대교 제의적 의식에서 날마다 헌신하는 생활예배로의 탈바꿈"이라 설명했다.
장 박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두 축은 교회일치와 디아코니아라고 할 수 있다"며 "에큐메니칼 운동은 특히 '디아코니아의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에큐메니칼 운동은 복음전파보다는 사회봉사에만 치중해 '균형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록 에큐메니칼과 에반젤리칼이 대립,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두 진영은 예배와 디아코니아의 균형 있는 이해를 위해 예수의 두 사랑의 계명에 대한 가르침에 더 겸허히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 박사는 "예배는 봉사와 구별되나 분리되지 않고, 예배와 봉사는 동일하지 않지만 분리되어 실천될 수는 없다"며 "예배행위에서 디아코니아의 측면이 간과되거나, 디아코니아의 행위에서 예배의 측면이 간과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에큐메니칼 진영이 디아코니아 신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예배 차원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 박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공헌 중 하나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신학적 이해의 확장이며 성숙"이라 강조한 뒤 "WCC는 만물들이 살고 있는 온 세상을 뜻하는 오이쿠메네(Oikoumene)의 비전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하나님 사랑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는 영혼과 교회만이 아니라 전세계, 전지구적인 것이라는 말"이라며 "에큐메니칼 운동의 디아코니아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이해를 보다 보편화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끝으로 장 박사는 "바울에게 있어서 디아코니아는 한마디로 몸으로 드리는 예배"이며 "육적 예배를 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때 예배와 봉사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WCC 제10차 부산총회에서 21세기 기독교 공동체의 건전한 성숙과 발전을 위해 디아코니아의 신학적 이해 및 지평에 대한 진솔한 성찰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 박사에 앞서 발제한 WCC 한국준비위 기획위원장 박성원 목사(WCC 중앙위원)는 'WCC가 발표해 온 봉사에 관한 역사적 문서들에 대한 해설'을 통해 "WCC는 192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발표한 '삶과 일 세계기독교컨퍼런스 메시지'에서 봉사란 교회가 사회 밖에서 하는 활동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예배라고 정의했다"면서 "봉사를 교회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도움을 받는 이에 대해 우월감을 갖지 말고 단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나눈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WCC 한국준비위는 총회를 50여일 앞둔 1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와 WCC 총회 D-50일 준비기도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