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되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다른 사람의 부림을 받아야 한다"
1885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학교 '배재학당'의 당훈(堂訓)이다. 이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라'(마 20:26)는 성경 말씀의 정신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듬해인 1886년 최초의 근대 여성학교 '이화학당'이 문을 여는 등 본격적인 근대식 교육이의 시작을 알렸다.
130년 전 이 땅에 들어온 기독교(개신교)는 이 처럼 교육에서부터 의료, 여성,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나라 근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이 같은 발자취를 모아 한국 기독교 역사 100장면을 선정한 <기독교, 한국에 살다>를 최근 출간하고 이를 기념해 22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교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기독교, 한국에 살다>는 3·1운동이 있던 1919년과 해방한 1945년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다시 교육·의료·종교·여성·문화·민족(민중) 등 6대 주제로 분류해 이와 관계된 기사를 다시 한데 모아으는 방법으로 기술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은 NCCK가 근현대 기독교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1부 출판기념예배와 2부 출판기념 북 콘서트로 진행됐다.
NCCK 신앙과직제위원장인 이정구 신부(성공회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출판기념예배는 공동동기도로 문을 열고 한국구세군 서기장관 박동덕 사관이 '과거와 현재의 대화'(눅1:1~4)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했다.
박 사관은 "누가는 예수의 역사를 사실대로 기록하는데 노력했다. 역사를 사실대로 정직하게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가의 복음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언제나 정직한 증언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진실을 기록하는 것,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인간에 주어진 재능이자 사명이다"고 말했다.
이어진 출판기념 북 콘서트에 앞서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발간사에 앞서 책의 한 장을 펼쳐 다음의 글을 읽었다.
"협동하야 복음을 선전한다. 협동하야 사회도덕의 향상을 도모한다. 협동하야 기독교문화를 보급케 한다"
이는 NCCK 전신인 '조선예수교연합공의'가 1924년 9월24일 창립총회에서 채택한 설립목적이다.
김 총무는 "하루를 살더라도 역사를 살 듯 잘 살아야겠다. 다짐하고 다짐했다. 역사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굉장히 두렵고 떨린다"면서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이런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 우리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냉정하게 우리를 바라보려는 노력과 수고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후배들에게 도움일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집필 기획을 한 김태현 국장(NCCK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은 "우연히 한 기독교역사문화관을 찾았는데, 자료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오는 WCC 10차 부산총회를 통해 한국기독교 역사를 집약하고 정리해 소개해하기 위해 준비했는데, 무사히 발간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집필위원장을 맡아 출판의 전과정을 책임진 임희국 장신대 교수는 발간사에서 "기독교와 사회에 방점을 찍고, 기독교가 우리 사회의 변혁을 위해 어떻게 기여를 햇는가를 찾는데 노력했다"며 "그 뿐아니라 지금 기독교가 지탄 받고 있는데, 기독교가 우리 사회 속에서 좋은 일도 하고 기여도 했지만, 지금와서 돌이겨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둘 다를 보자고 했다"고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NCCK 회원교단이 아닌 예장 합동, 고신 측의 교회사 교수와 학자로 구성된 복음주의역사신학회 몇 분과 에큐메니칼 진형의 한국교회사학회, 그리고 NCCK 추천 인사 등 총 10분이 참여했다"고 부연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축사를 통해 ▲기독교사학계의 학문적 성과를 분류사적이고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 사건별로 제목을 앞세워 관계된 기사를 한데 모아 서술하는 기법)적으로 서술한 점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이룩한 사회적 공헌을 의식하며 기록한 점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해 출간 된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이 교수는 "그동안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공헌한 점이 많았음에도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 때문인지 소개에 인색하고 역사의식의 부재로 인해 알리는데 부족했다"며 "이번에 '시의적절하게 편찬돼 역사적 기독교에 대해 더 분명히 인힉하고 일반인들에게도 기독교의 역사적 의미를 잘 알릴 수 있는 한국교회의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교수는 ▲점 더 보편적인 제목 ▲전문가들의 교열 ▲한국기독교역사학회 등 더 다양한 학회의 참여 부족 등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장빈 목사의 진행으로 이어진 북 콘서트에서는 이치만 장신대 교수와 이용민 박사, 황미숙·손승호 선생 등 집필에 참여한 소장파 학자들이 직접 나와 집필 기획에서부터 출판까지의 뒷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했다.
토크 콘서트에서 오고간 문답 중 한 가지를 소개한다.
장빈 목사: 기독교가 130년 동안 뭘 했다고 생각하는가?
손승호 선생: 기득권이 됐다.
이치만 교수: 기독교가 고생하다가 이제 잘 먹고 잘 살게 됐다.
황미숙 선생: 밤에 빨간 십자가로 불야성을 이루게 됐다.
이용민 박사: 기독교는 130년 동안 땅을 샀다. 과거에도 땅을 샀고, 지금도 땅을 사고, 앞으로도 땅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