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법원이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퇴진한 호스니 무바라크(85) 전 대통령의 석방을 명령해 이집트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집트 국영TV는 21일(현지시간) 카이로 항소법원이 무바라크에게 적용된 부패 혐의 가운데 하나를 무혐의 처분하고, 또 다른 혐의가 없다면 석방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메나 통신은 사법부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번 판결은 최종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바라크가 현재 구금 중인 카이로 남부 토라교도소에서 즉각 풀려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무바라크 변호인은 "법원이 무바라크의 석방을 결정했다"며 "22일 교도소에서 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의 판결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바라크는 풀려나면 개인 별장이 있는 시나이반도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로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전망했다.
법원은 이날 토라교도소에서 무바라크 재심의 마지막 심리를 열어 무바라크 석방 여부를 검토했다.
변호인은 이날 열린 4차 공판에서 무바라크가 집권 시절 국영 신문사 알아흐람 간부한테서 받은 선물 등 60만 달러 상당을 올해 초 정부에 이미 반환했다고 주장, 무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무바라크에 적용된 다른 2가지 부정부패 혐의와 2011년 시민혁명 당시 시위대 수백명의 사망을 막지 못한 혐의에 대해 무혐의를 선고하고 석방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무바라크가 지금까지 제기된 몇가지 혐의를 벗어날 경우 그를 잡아 가둘 법적 근거도 없어지게 된다.
이집트 법률에 따르면 최종 평결까지 피고인의 최대 구금 한도는 2년이다.
이집트는 무바라크 석방으로 일시적인 혼란도 예상된다.
30년간 철권통치를 한 독재자의 석방에 반대하는 시위 발생 가능성과 시민혁명 당시 다수의 사망자를 낸 유혈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 반발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바라크 석방에 반발하는 시위가 발생할 경우 군부와 무르시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의 대립 구도와 맞물려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바라크의 석방이 그의 모든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 기간 시위대 사망에 연루됐다는 일부 혐의를 여전히 받고 있어 오는 25일 이와 관련한 재판이 열린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