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심화로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이 9~10월경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도 루피화의 경우 지난 20일 2.4% 하락하는 등 1달러당 64루피를 상회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루피화 가치도 같은날 2% 하락해 2009년 4월 이후 최저수준인 1달러당 1만700루피아화를 나타냈다.
이같은 현상은 태국 바트화, 터키 리라화, 말레이시아 등에도 영향을 끼치며 자국산 화폐가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외신들은 해당 국가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조만간 IMF에 구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흥국과 달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3280억 달러다. 1년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는 1196억 달러로 총 대외채무(4118억 달러)가 3분기만에 증가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히려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우리 증권시장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포착된다.
실제로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시작되면서 우리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외국인주자 자금은 14일 3580억원, 16일 2200억원, 19일 1274억원, 20일 2999억원(오전 9시20분 현재)등으로 4일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국자금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올들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투자자금은 9253억 달러. 이중 7700달러 가량은 주식자금 등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것들이다. 냄비 근성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근거다.
아세안 국가들이 집단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되면 우리 수출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7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 아세안 수출비중은 14.3%로 중국 28.2%에 이어 두번째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대EU 수출비중이 2011년 10%에서 최근 8.3%까지 떨어지는 등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을 좋다는 점은 상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외환시장을 주시해온 만큼 유사시에는 지난 6월 정부가 하나의 대책으로 내놓았던 장기채 발행 축소 등 시기에 맞는 맞춤형 정책으로 방어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장관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인도발 악재가 우리나라에 전이될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지만 우리는 시나리오를 있다"면서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늘 외환·금융 시장이 쇼크가 있으니까 긴장감을 갖고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양적 완화 [quantitative easing]란.
초저금리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으로, 정부의 국채나 여타 다양한 금융자산의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하여 간접적으로 유동성을 조절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국채나 다른 자산을 사들이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통화정책이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원재 가격이 상승하여 물가는 상승한다. 한 나라의 양적 완화는 다른 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양적 완화가 시행되어 달러 통화량이 증가하면 달러가치가 하락하여 미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은 강화되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물가는 상승하며, 달러가치와 반대로 원화가치(평가절상, 환율하락)는 상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