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공적개발원조) 규모가 확대되면서 국외 원조 사업이 중복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외원조 2조원, 어떻게 써야 하나' 토론회 축사에서 "공적개발원조가 확대됨에 따라 원조 추진체계의 분절화 문제가 더욱 심화된 것도 사실"이라며 "전통적인 공적개발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외에도 여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여러 정부기관들이 원조사업을 수행하면서 추진 주체가 급속히 다원화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윤 장관은 "다양한 공적개발원조 관련기관 간 통합적인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나라 개발협력의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분절화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효과적인 공적개발원조를 도모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모범적·통합적 개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도 축사에서 "개발원조가 다양한 기관들에 의해 추진되다 보니 업무조정 비용이 증가되고 수원국(원조를 받는 국가) 시스템과 맞지 않는 원조로 인해 비효율성이 높아졌다. 수원국에서도 도대체 대한민국의 개발원조를 어디서 담당하는지를 되묻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원조의 분업화, 국무총리실 조정기능 강화를 통한 해결, 외교부로의 통합이나 독립부서의 신설 등 다양한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저 역시 지난 4월, 그 대안 중 하나를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안으로 발의했고 수정을 거쳐 상임위를 통과한 상황"이라고 국회 차원의 노력을 소개했다.
국제개발협력센터장인 경희대 공공대학원 손혁상 교수는 발제문에서 공적개발원조 분산화 해소 방안으로 ▲유상과 무상원조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원조의 분업화 ▲국무총리실 조정기능 강화를 통한 분산화 문제해결 ▲외교부로의 통합이나 독립적인 통합부처 신설을 통한 단일화 개선방안 등을 제시했다.
국무조정실 백일현 개발협력정책관은 토론문에서 "유·무상 원조기관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사업 연계가 이뤄지도록 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년 중 사업 2년전(n-2년) 예비검토제를 도입해 사업의 발굴 단계에서부터 유·무상 사업 간의 실질적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백 정책관은 또 "무상원조 내에서 업무영역 중첩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국무조정실 주관 협업회의 등을 통해 주요 사안별로 기관별 역할을 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윤태용 대외경제국장은 토론문에서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사업간 연계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연계 및 협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협업을 통해 정보공유와 사업연계가 잘 이뤄진다면 효과적인 개발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부 오영주 개발협력국장도 토론문에서 "외교부는 사업 시행 전년도 5월 무상원조 관계기관 협의회를 개최해 각 기관의 차년도 무상원조 시행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효과성 제고, 중복 방지, 연계 강화의 3가지 기준에 따라 사업을 협의·조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외교부 차원의 노력을 소개했다.
한성대 이태주 교수는 토론문에서 "유·무상 뿐 아니라 무상원조의 상이한 주체들이 현지에서 협업하고 예산과 행정비용을 줄이며 지식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현지 전달체계의 통합이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동일한 협력국의 수원창구를 대상으로 많은 부처와 기관들이 상이한 이해관계와 접근방식으로 각자 협상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릉원주대 황원규 교수는 토론문에서 "원조자금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이웃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모금한 가장 신성한 돈이다. 원조자금이 부처간 이해의 추악한 밥그릇 싸움으로 더럽혀지지 않도록 하루 속히 공적원조체계의 통합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유웅조 입법조사관은 토론문에서 "한국 공적개발원조 정책과 집행기관이 다원화 또는 분산화돼있어 수원국과의 협력관계가 다소 비체계적인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따라서 현재의 분산된 수원국과의 국제개발협력 채널은 일원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