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이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특수채 발행잔액 합계가 이달 13일 800조1천921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선을 넘었다. 이중 국채가 456조4천978억원, 특수채가 343조6천943억원이었다.
국채·특수채 발행잔액 합계는 14일 801조4천421억원, 16일 800조3천421억원으로 계속 800조원을 웃돌고 있다.
발행잔액 합계는 2007년 말 395조원에서 2008년 말 427조원, 2009년 말 529조원, 2010년 말 598조원, 2011년 말 657조원, 작년 말 731조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번달 800조원을 돌파했다.
발행잔액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빼고 남은 것으로 앞으로 갚아야 할 금액을 말한다.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천272조4천6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63.0%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올해 추경을 제외한 예산규모 342조5천억원의 2.3배가 넘는다.
올해는 특히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 전체 덩치를 키웠다.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국채 발행액은 90조2천575억원으로 작년 동기(75조6천396억원)보다 19.3% 증가했다.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올해 들어 42조8천574억원으로 작년 동기(28조6천573억원)보다 49.6% 늘었다.
올해 특수채 발행액은 57조5천605조원으로 작년 동기(69조356억원)보다 16.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순발행액도 26조2천517억원으로 작년 동기(38조9천604억원)보다 32.6% 줄었다.
정부가 올해 경기부양을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함에 따라 국채 순발행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공기업 등 정부투자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는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부채가 GDP 대비 35% 수준으로 아직은 위기국보다는 양호하지만 공사채는 빠진 것이라서 특수채를 포함하면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국가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채도 정부가 원리금 지급을 보증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결국 정부 부담으로 돌아간다.
올해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쓸 돈은 많지만 거둬들이는 돈은 그만큼 적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상반기 세수 실적은 92조1천877억원으로 작년 동기(101조5천938억원)보다 9.3% 줄어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정부가 최근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처럼 세금을 더 걷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할 경우 조세 저항이 심하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국 이는 국민이 나중에 세금으로 갚아야 할 빚이므로 미래 세대에는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국채가 결국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에 계속 잔액이 커지면 다음 세대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