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는 이창석씨의 소환을 시작으로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수사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12일 전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62)씨를 소환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45분께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전 전 대통령 일가를 대신해 비자금 또는 비자금에서 유래한 불법 재산을 은닉·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 명의의 경기 오산 땅 일부를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비엘에셋(BL Asset)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관리에 연루된 의혹이 짙다.
비엘에셋은 2008년 서울 서소문동 일대 업무용빌딩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모두 300억여원을 대출받았고, 이 과정에서 재용씨는 경기 오산 땅을 대출담보로 제공해 80억원을 빌리는 신탁계약을 맺어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이씨는 또 재용씨가 대표로 있는 비엘에셋에 100억원에 가까운 차입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금지원 배경과 돈의 출처 등이 의심받고 있다.
이씨는 이와 함께 재용씨에게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한 의혹도 사고 있다.
이씨는 2006년 12월 경기 오산시 양산동의 임야 95만㎡ 중 절반 가량을 시가의 10%도 안되는 28억원에 재용씨에게 매각했고, 1년 후 재용씨는 취득가의 14배인 400억원에 재매각해 땅의 실소유주가 전 전 대통령 일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이씨가 2004년 골프 회원권 142개를 매입한 점 역시 석연찮다.
이씨가 매입한 회원권은 골프장 시공을 맡은 동아건설이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세운 특수목적법인 미셸리미티드 명의로 보유했다가 2004년 1월 에스더블유디씨(SWDC)에 매각한 것이다.
SWDC는 골프장 경영 등을 목적으로 2004년 1월 설립된 회사로 이씨 부부가 각각 대표와 감사를 맡고 있고, 재용씨 부부가 이사로 등재돼 있어 등기이사 4명 모두 전 전 대통령 측 인물이다.
이씨는 당시 경기 파주 서원밸리골프클럽이 외국인 배당몫으로 할당한 해외 회원권을 시가인 50억원대 보다 비싼 값에 사들여 매입과정에서 비자금이 흘러들어갔거나 거래과정에 불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밖에 이씨는 2003년 11월 전 전 대통령 내외의 연희동 자택 중 별채가 경매로 넘어가자 감정평가액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해 낙찰받은 뒤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고 전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토록 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시켰지만 조사 도중 혐의점이 드러나면 오후에 피의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씨가 비자금 관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만큼 이날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검찰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재소환 또는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을 여러차례 조사한 점에 비춰 전 전 대통령의 장·차남인 재국씨와 재용씨 등 직계가족에 대해서도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소환조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지만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전재용씨 등에 대한 소환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추징금 1672억원에 대해 집행에 중점을 뒀던 기존 환수팀을 지난주부터 수사팀으로 전환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전 전 대통령 일가를 상대로 범죄와 관련된 구체적인 단서를 찾아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이 비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거나 숨겨준 사실이 드러나면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처벌할 계획이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 5월24일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조직하고 수사인력을 45명으로 대폭 확충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16일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사저와 장남 전재국씨 등 자녀들의 주거지·회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