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어느날 호주 시드니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알렌 워커(Alan Walker) 목사 앞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설교를 준비하느라 바뻤던 그에게 자정에 가까운 시간 걸려온 로이 브라운이란 청년의 전화였다.
38살의 그 청년은 실직으로 빚을 지고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고, '자신이 사막 한 가운데 혼자 있는 것' 같이 자신의 앞날이 암담한 나머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다급한 마음에 무작정 전화를 한 것이다.
30분간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워커 목사는 그 사람에게 절망에서 헤어나 새 삶의 길을 찾도록 정성껏 얘기했다. 교회 예배에 참여토록 권유하고 도움을 주어 생명을 연장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청년은 끝내 킹스가의 자신의 가스가 가득찬 자취방에서 죽어갔다. 한 생명의 죽음은 워커 목사에게 일생일대의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이야기는 이 순간에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안타까운' 생명들을 위해 개설한 '생명의전화'의 탄생의 계기가 된 사건이다.
'세계자살예방의 날'인 오는 9월10일을 맞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행사로,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이사장 전병금 목사)가 주최하는 '2013 해질녁서 동틀 때까지 생명사랑 밤길걷기' 대회를 오는 23일 개최하는 가운데 이를 도와줄 서포터들의 발대식이 10일 열렸다.
이날 오후 이화여대 대학교회에 열린 오리엔테이션 및 발대식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한 300여 명의 서포터들이 모여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 교육받고 서포터로서의 의미와 행사 진행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대회조직위원회 오세환 실무부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할 정도로 사회문제가 된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예방하는데 선구자들이 되어 달라"며 "생명사랑의 홍보대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실무대회장인 이광자 전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서포터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자살예방교육에서 "우리나라에서 매일 약 4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자살문제가 심각하지만,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자살충동이 생긴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을 해준다면 충분히 자살을 막을 수 있다"며 이 전화 한 통으로 얼마든지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음을 피력했다.
서포터들은 '생명사랑 성실 이행 서약서'를 작성하며 스스로 실천할 것을 다짐했고, '생명사랑 10대 선언서'를 낭독하고, 각자가 적은 생명사랑에 대한 다짐을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생명사랑 10대 선언
1. 우리는 모든 사람과 생명체의 절대적인 존엄과 가치를 믿는다.
2. 우리는 어떤 이유로도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고 믿는다.
3.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은 문제해결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믿는다.
4. 우리는 사랑과 공감의 대화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5. 우리는 위기상황이 불행이 될 수도 있지만 성숙과 전환의 시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삶의 신념을 갖는다.
6.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해치지 않도록 돕는다.
7. 우리는 위기에 처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문적인 능력이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봉사를 한다.
8.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구조할 의미가 있다.
9. 우리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생명존중 사회의 구현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간다.
10. 우리의 국가와 사회가 자살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바란다.
한편, 8년 전 시작된 '해질녁서 동틀 때까지 생명사랑 밤길걷기' 대회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국내 자살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전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올해는 전국 6개 주요 도시에서 확대 실시된다.
'생명사랑 밤길걷기'는 해가 질 녘부터 시작하여 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동이 틀 때까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걸으며 삶의 곤경과 위기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나누자는 '생명사랑 운동'으로, 이달 23일 서울을 시작으로 9월6일엔 부산·전주·수원에서, 9월7일엔 대전과 대구에서 각각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