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2013년 세법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큰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세법개정안에 대해 "소득 재분배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중산층에 대한 과도한 세금 증가에 대해서는 검토를 거쳐 수정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번 개편안은 소득 계층 간 형평성을 높이고, 대기업 등에 대한 과도한 세제 지원을 축소하면서 세원을 높였다"며 "저소득, 서민계층의 경우 세 부담이 줄어 소득 재분배 효과까지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세금 부담 증가에 대한 중산층, 봉급 생활자들의 우려가 높은 것으로 안다"며 "유리 지갑인 샐러리맨들, 중간 소득계층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다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중간 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소득 구간, 가구별로 꼼꼼하게 분석해 한꺼번에 과도한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반영하겠다"며 "세제 개편안이 곧 국회로 넘어오면 심의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정책조정위원회 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민주당이 세법개정안에 대해 '중산층과 봉급 생활자에 대한 세금 폭탄'이라고 비판하면서 대폭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잘못된 비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세법개정안을 두고 야당에서는 중산층, 봉급생활자에 대한 세금 폭탄이라고 했는데 굉장히 잘못된 비판이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당정협의 과정에서 중산층 세 부담 증가를 최소화한 결과 중산층의 경우 한 달 평균 1만원이 늘어난다. 세금 폭탄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즉, 새누리당은 연말 정산 때 과세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뀔 경우 연간 소득 3450만~7000만원 사이는 1년에 16만원, 한 달 평균 1만원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민주당은 1년에 40만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 의원은 "세수 증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중산층도 십시일반으로 조금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 인식임에도 이를 세금폭탄이라고 과장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며 "새누리당은 국회 세법 심사과정에서 행여라도 중산층 세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세법개정안이 "중산층 서민살상용 세금폭탄"이라며 원안 통과에 강력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서울 시청광장 국민운동본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제는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당 민주당이 결코 세법이 이대로 통과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대기업과 부유층은 그대로 놔둔 채 월급쟁이 유리지갑만 털겠다는 것"이라며 "최근 경제민주화 포기선언에 이은 명백한 민생역행"이라고 비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재정파탄 우려에도 세정방향도 분명치 않은 가렴주구식 세제개편안이자, 중산층 서민살상용 세금폭탄"이라며 "배고픈 서민들의 등골을 빼서 배부른 재벌 대기업의 배만 채워주는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형 세제개편"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그는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내년부터 세금이 올라가는 직장인 수는 정부 추산만으로 434만명에 달한다. 대부분 서민이고 중산층"이라며 "특히 샐러리맨의 의료비, 교육비, 보장성 보험료,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 특별공제, 인적공제 항목을 축소해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은 부자감세 철회라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 한 마디로 모래위에 빌딩 짓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공평성과 세입 기반 확대 ▲월급쟁이,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세무 행정의 투명성 확보 등 3대 원칙에 따라 세제 개편을 시도하겠다고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