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라 김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생각하면, 특히 첫 아이의 경우 이것 저것 상상도 하게되고 오만 가지 드는 생각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끼니는 제대로 챙겨 거르지 않고 먹을지, 늦잠 자느라고 수업을 빼먹는 일은 있지 않을지, 룸메이트와는 싸우지 않고 잘 지낼지... 우리 부모들은 자녀에 관한한 걱정이 일인 분들이 많으시지요(필자 포함)? 대학은 물론 학문을 더 배우기 위해서 가는 것이지만 대학 생활에서 인간 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하는가 하는 것은 공부하는 일만큼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숙사에서, 수업 시간에, 각종 클럽과 파티에서, 혹은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이나 카톡 등을 통해 알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하고 또 지혜롭게 절제하는가 하는 것은 가히 기술의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교클럽 중에 fraternity는 남자 대학생들만, sorority는 여자 대학생들만 회원으로 하는 social club입니다. 하는 일은 주로 친목 도모 (자기들끼리 혹은 다른 fraternities나 sororities와 함께 하는 각종의 파티)와 사회봉사(community service)활동 등입니다. 대학생들 얘기를 다룬 미국 영화를 보면, 가끔 현관 위에 이상한 그리스 문자(Greek letters)가 씌어있는 별장 같이 생긴 집이 나오는데 그것이 이들의 숙소로서 프랫 하우스(frat house) 라고 부르는 집입니다. 이곳에서는 선후배간에 끈끈한 정(미국 대학생들에게는 우리 식의 선후배 개념이 없음)을 나누고 평생을 가게 될 인맥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George Bush를 비롯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상당수가 fraternity 출신이고, 그 외 사회 각계 지도급 인사 중엔 fraternity 출신이 많다고 합니다. 이 사교 클럽의 이름은 주로 Delta Sigma Phi, A Phi Alpha Kappa, Sigma Alpha Freud같은 그리스 이름들입니다. 그리스 이름을 굳이 지은 이유는 아마 자기네들이 '덜 문명화된, 덜 교양적인' 부류와는 구별된다는 의식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 듯 싶습니다. 그리스 사상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뿌리로 한 소위 '문명화'되고 더 배웠다는 이들 사교 클럽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이 있습니다.

좋은 점이라고 하면 이러한 사교 클럽에서 다른 학생들과 만나고 깊은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졸업 후까지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인맥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칭 Greek Letter Organizations라고 부르는 이 사교 클럽들은 신고식이랍시고 신참들을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학가에서도 사발이나 신발에 소주를 부어 마시게 하는 등 신입생 앞에서 위계 질서를 세우려는 그런 일들을 하는데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신참을 괴롭히는 걸 hazing이라고 합니다만 그 도가 너무 지나쳐서 과거에 실지로 이 hazing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죽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여러 가지 학칙도 만들고 이 사교 클럽들의 활동을 주시하지만 그 신고식을 워낙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하기 때문에 거기서 아직도 hazing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우 배타적이어서 생김새나 사고 방식이 비슷한 사람들만 골라서 클럽 회원으로 가입시키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 교육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교 클럽의 회원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술을 많이 마시고 그 결과 학업 성적 저조, 수업 빼먹기, 싸움, 강간, 기물 파괴 등 알콜 중독의 나쁜 행동들을 더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요즈음에 와서는 많은 클럽들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받아 들이고, 특히 한국 학생들은 인기가 좋다고 하는데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러한 사교 클럽에 학생들이 가입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학에 들어간 목적은 학습, 즉 배움의 경험을 위한 것이고 그것을 방해하는 각종 요소는 멀리해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프랫하우스에서 사는 것은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게 하는 각종의 방해 요소들과 함께 사는 것과 마찬가지 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그런 사교클럽 외에도 건전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각종 모임들이 많이 있습니다.이미 18살이 지나고 나면 많은 자녀들이 부모의 영향권 내에서 벗어나서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싶어합니다만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이런 사교 클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클럽에 가입할 계획인지 조심스럽게 한번쯤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도 그렇겠지만 대학생활에서도 학생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지 (사교 클럽에서든 수업시간에서든 아니면 학교 식당에서든)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만나고 우정을 나누고, 실망도 하고, 쓴 맛도 경험하는 인간 관계 가운데서 평생 갈 수 있는 친구도 만나고 또 사람들과 부딪히며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자녀의 입장에서 늘 생각하며, 가르치려 들기 보다는 친구처럼 조언해 주고, 특히 어떤 일이 있을 지라도(자녀가 어떤 실수를 할지라도) 사랑할 것이고 도와 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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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엔젤라김의교육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