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근로소득 3천450만원을 넘는 근로자 434만명(전체의 28%)의 세금 부담이 내년부터 늘어난다.
정부는 이들의 내년 소득분 세 부담 증가액이 평균 16만~865만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통해 확보하는 1조3천억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인 자녀장려금(CTC)과 근로장려금(EITC) 지급에 활용할 계획이다.
바뀐 세제로 세 부담이 줄거나 환급액이 늘어나는 근로자는 1천189만명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세원이 노출된 중산층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 많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던 목사, 스님 등 종교인과 10억원이상 고소득 농업인은 처음으로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세금 부담없이 증여할 수 있는 한도는 10년간 3천만원(미성년자 1천500만원)에서 5천만원(미성년자 2천만원)으로 늘어난다. 20년만의 증액이다.
정부는 8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13년 세법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조세정책방향과 관련,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조세부담률을 올해 20.2%에서 2017년 21%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재원은 증세보다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기반 확대를 우선 추진하되 추가 재원이 필요하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 근거해 마련한 올해 세법개정안은 인적·특별공제 항목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꿔 중산층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고 이를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정부는 연봉 4천만원 초과~7천만원 구간인 근로소득자는 평균 16만원, 7천만원 초과~8천만원은 33만원, 8천만 초과~9천만원은 98만원, 9천만원 초과~1억원은 113만원, 3억원 초과는 865만원의 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2011년 귀속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전체 근로자 28%의 세 부담이 늘고 면세자 가운데 170만명이 과세 범위에 들어온다"며 "가구원 수, 공제범위 등에 따라 부담이 더 크거나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70만명은 세금을 내더라도 환급액을 더 많이 받는다. 이들을 포함한 1천189만명은 개인별 차이가 있겠지만 2만~18만원 정도의 세부담 감소가 예상됐다.
과세형평성 논란을 낳았던 공무원 직급보조비(직급에 따라 월 9만5천원~320만원)는 2015년부터 과세로 전환하고 월 100만원을 초과하는 재외근무수당도 세금을 물린다.
음식점업, 제조업 등에서 경비로 인정받는 농수산물 매입 공제한도는 매출액의 30%로 조정된다. 성형수술은 치료목적을 제외하고 모두 과세범위에 들어가 수술비용이 부가가치세(10%)만큼 오를 것으로 보인다.
창업 및 가업승계 부담 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1인당 100만원 세액공제 등 중소기업 세제지원은 대폭 늘어난다.
반면 각종 투자세액공제에서 대기업 공제율을 현행 7~10%에서 3%로 줄여 중견·중소기업보다 축소범위를 늘리고 연구개발 관련 혜택을 축소·폐지하는 등 대기업 세제지원은 줄였다.
또 해외자원 개발투자 세액공제 폐지 등 일몰이 도래한 44개 비과세·감면 가운데 38개가 종료 또는 축소된다.
문화예술진흥 지원을 위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확대, 카지노 등 사행성 업종의 개별소비세 두배 인상, 농어촌 특별세 적용기한 연장, 일감몰아주기 과세완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 등도 세법개정에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가 2조4천900억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부문별 세부담을 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2조9천700억원 증가하고,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 6천200억원 감소한다.
정부는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15개 법률을 8~9월중 입법 예고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9월말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현오석 부총리는 "비과세·감면 정비로 지금까지 받던 혜택이 일부 줄어드는 사람은 이번 세법개정안을 지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성장잠재력 확충과 국정과제 추진 등을 위한 정부의 고충과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