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가계소득이 3분기만에 증가세로 전환되며 2분기 가계형편이 나아졌지만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좋아지지 못했다.

하지만 소득 5분위배율이 개선되면서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물가가 식료품 위주로 오른 탓에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외식비가 줄었다.

◇소득 증가했으나 계층별 '온기' 달라
2분기 가계소득이 명목ㆍ실질 기준 모두 작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저소득계층의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명목 기준으로 2분기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으나 소득 기준 하위 20%인 1분위는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위 소득증가는 정부의 보육료ㆍ의료지 지원 등 이전소득이 12.7%나 급증한 영향이 컸다. 근로소득은 1.5%밖에 오르지 못했고, 사업소득은 8.1%나 감소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의 가계소득은 2분기에 4.7% 증가했다. 근로소득(5.4%), 사업소득(2.8%)이 모두 증가했고 재산소득도 32.8% 늘었다.

나머지 계층 가운데 3분위가 6.0%로 가장 많이 소득이 개선됐고, 2분위(5.0%)와 4분위(4.3%)도 형편이 나아졌다.

처분가능소득을 보면 소득양극화가 두드러졌다.

1분위는 연금과 세금 등을 내고 난 처분가능소득이 2분기에 0.9%밖에 늘지 못한 반면 5분위는 5.3% 증가했다. 소득 증가율보다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큰 계층은 5분위가 유일했다.

지출 측면에서 1분위는 주류ㆍ담배(-9.5%)와 에어컨, 냉장고, TV 등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12.0%)의 지출을 크게 줄였으나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식료품ㆍ비주류음료(9.5%)에 쓴 비용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가계지출은 2.7% 늘었다.

하지만 2~4분위의 가계지출이 7%대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아껴 쓴 셈이다.

5분위는 보건(-14.6%)과 교육(-5.0%) 분야의 씀씀이를 줄인 덕분에 가계지출이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5분위는 소득이 1분위보다 더 늘었으나 소비를 덜 한 셈이다. 2분기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100)이 1분위가 작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증가한 반면 5분위는 3.0%포인트 감소한 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분위가 가구당 22만7천원의 적자를 기록, 가계수지가 적자인 유일한 계층이었다. 5분위는 가구당 흑자액이 219만2천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적자 가구 비율은 소득 개선 덕분에 1분위가 54.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고 2분기 기준으로 2003년 이래 가장 낮았다. 5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지난해 2분기 10.0%에서 이번에 7.9%로 낮아졌다.

균등화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은 4.89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高물가에 외식 줄였다..저소득층 엥겔계수 치솟아
2분기 가구당 평균 월 소비지출은 명목으로 4.3%, 실질로 0.9%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식료품 지출이 급증하고 외식비를 줄인 것을 꼽을 수 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명목 기준으로 8.9%, 실질로도 1.6% 증가한 반면 음식·숙박비 지출은 명목 기준 0.7%, 실질로 4.0%나 감소했다.

특히 음식·숙박비는 실질 기준으로 3분기째 줄어든 가운데 감소폭도 작년 4분기 -1.6%, 1분기 -3.5%에 이어 커졌다. 실질 외식비 지출 감소율은 4.2%나 됐다. 높은 물가 부담 탓에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엥겔계수는 13.9%로 2분기 기준으로는 2004년(14.2%)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1분위는 19.8%로 2분기 기준으로 해당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래 최고치로 올랐다.

주류 소비가 제자리걸음한 가운데 담배 소비가 급감한 것도 특징이다. 담배 지출은 명목으로 4.5%, 실질로 5.6%나 줄었다. 일부 외국계 업체의 담뱃값 인상이 금연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증가세를 보이던 보건 지출이 6.2%나 감소한 것도 주목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그동안 노령화로 나타난 가파른 증가세가 기저효과로 작용해 이례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2분기 증가율은 13.1%로 연간 분기 수치 중 가장 높았다.

교육비도 정규교육 지출이 10.6% 감소하는데 힘입어 전체적으로 2.7% 줄었다. 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등록금 면제와 6개 시도의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면제 등이 정규교육비 감소에 반영된 것이다. 학원·보습교육비 지출도 1.0% 감소했다.

2분기에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은 가정용품이다. 가전 및 가정용기기에 대한 지출은 무려 30.2% 늘었다.

통계청 김신호 복지통계과장은 "에어컨이나 냉장고, TV의 수요가 많이 증가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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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경제 #계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