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나가노(長野)현 '중앙 알프스' 조난 사고의 생환자인 이상관(69)씨는 31일 "보조스틱 없이는 걸을 수 없을 정도의 비 바람에 시야는 10m에 불과했다고"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귀국에 앞서 나가노현 고마가네시의 숙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씨는 "출발 당시만해도 비가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았고 안개만 끼어있어 예정대로 출발했다"며 "우리가 묵은 산장에 70∼80명이 머무르고 있었으며, 다른 팀들이 다 출발한 뒤 가장 늦게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등산을 시작한지 약 1시간이 지나자 폭우가 쏟아졌고, 배낭속의 여벌 옷까지 모두 젖는 바람에 추위를 심하게 느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또 일행이 선택한 등산로가 험하다는 정보를 사전에 얻지 못했다면서 "히말라야도 다녀왔으므로 높이는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참가자들이 모두 중앙 알프스 등산길은 초행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멤버 상당수가 일본 북알프스와 남알프스를 다녀온 만큼 중앙 알프스만 오르면 일본의 모든 '알프스'를 다 오르게 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길이 "그렇게 험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이 조난당한 코스는 호켄다케로 가는 길 중 가장 어렵고,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거리 등이 자세히 적혀있지 않아 길을 잃기 쉬운 등반로로 전해졌다.
이씨는 나이 60∼70의 고령자 4명이 고립된 채 사망한 상황에 대해, 앞서 오르던 사람들이 낙오자들을 위해 침낭 등을 전달하려다가 만나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면서 "1∼2분 조차 그대로 서 있을 수 없는 추위 속에 '움직여야 산다'는 생각이 들어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