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주요 교단 정기총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담임목사직을 직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이른바 '교회 세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장정수호위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을 비롯한 9개 단체가 참여하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30일 오후 명동 청러람 3실에서 '교회세습방지법, 어떻게?'를 주제로 교회세습방지법 제정을 위한 포럼 및 교단별 간담회를 열고 관련 여론을 모았다.
기윤실 생활실천운동본부장 신동식 빛과소금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올해 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을 헌의(獻議)해 관련 법안을 논의할 예정인 노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 '세습'이란 용어는 '교회=개인의 왕국' 으로 보는 편견…용어 다시 생각해야
먼저 예장통합 평향노회 서기 조주희 성암교회 목사는 '세습방지법 제정의 의미와 과제'란 제목의 발제에서 "(세습에 대해) 교회 안의 논의들 중에서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찬성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 내에서도 세습은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면서 "먼저 (세습이란) 용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은 지적할만하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세습'이란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슬프다"며 "교회에서 지도력이 담임목사의 자녀로 이양된 것에 대해 '세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교회 세습이라는 용어 속에는 교회를 한 개인의 왕국으로 전제하는 '편견'이 존재한다고 볼수 있다"며 "물론 직위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 자체가 왕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으나 모든 상황을 획일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세습에 대해 긍정적인 차원으로 부각시키는 이론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습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여기저기서 보고되고 있는 현실만 봐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세습에 관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교회 허물기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라고 변론하고, 세습 반대 목소리 중심에는 교회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담임목사의 자녀들이 아닌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의 좌절감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세습이란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고 했다. 신학대 안에서도 세습 가능한 환경의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 갈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조 목사는 특히 세습방지법안이 총회에 상정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평양노회 회기 중에 한 분이 일어나 발의한 것인데 상당한 논의가 일어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큰 논쟁 없이 처리됐다"며 "이는 대부분의 목사들도 '세습은 안 된다'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평양노회에서 헌의한 세습방지법안은 통합총회에 올라가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법률사무소 '로그' 강대문 변호사는 '목회자 지위 세습을 둘러싼 법률적 쟁정들'이란 주제로 법륙적 측면에서 본 세습방지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 변호사는 우선 "'세습'이란 용어는 법률상 용어가 아니다"고 설명한 뒤 "세습은 혈연관계에 있는 비속(아들, 손자)이 존속(부모나 조부모)의 퇴임 또는 사망시 존속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정의했다.
◆ 성서·교회법 어디도 '세습 정당화' 근거 없어…직접이든 간접이든 교회세습은 안돼
그는 "교회의 세습은 목회자의 지위를 세습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서와 교회법 어디에도 목회자의 지위의 세습을 정당화 한 것이라 평가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러한 세습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이 같은 담임목사 지위의 승계(세습)를 둘러싼 '법률적 분쟁'에 대해 ▲세습 옹호 교인과 세습 반대 교인의 갈등 ▲전임 담임목사(=아버지)의 비위행위의 은폐와 방치 ▲원로목사(=아버지)에 대한 지나친 예우로 인한 갈등 ▲세습 승인 후 교인들의 발발에 따른 갈등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사례에 덧붙여 강 변호사는 "교회 세습은 선교 사업에 엄청난 장래를 초래하는 암적 요소"라며 "현재 교단 헌법에 교회 세습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교회 세습을 막기 위해서는 교단 헌법 개정을 개정하거나 각 노회에서 청빙 승인을 거부한다는 결의를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세습을 둘러싼 교회 내 갈등은 계속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단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차례 발제후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현재 세습방지법안을 총회에 헌의한 노회 관계자들이 나와 취재진 및 청중의 질문에 답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김성열 군산노회장은 지난 9일 기장 제98회 총회 헌의 안건으로 '교회세습방지법 제정의 건'('헌법 정치 제4장 목사 제22조 목사의 청빙'에 추가)을 제출한 내용을 발표하며 "개척교회의 한 목사가 발의한 것으로 당초 '부모가 집사로 있는 교회'까지 제한하자는 의견이었지만 이를 축소한 것"이라며 "노회원들 간 큰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헌의됐다"고 소개해 주목 받았다.
다만 노회에서 헌의한 세습방지법안에 대해 이번 총회에서 받아들일 경우, 연구위원회 등을 구성해 이르면 내년에 법안이 제정될 전망이다.
현재 총회에 세습방지법안을 상정한 노회는 기장 군산노회와 예장고신 경기노회, 예장통합 평양노회, 예장통합 경남노회 등 12개 노회이다.
한편, 세반연 실행위원장인 방인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너무나도 상식적인 일인데, 교회에서 세습방지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참담한 현실까지 도달하게 됐다"며 "한국교회가 세습이라는 문제를 잘 해결함으로 건강하게 회복되고, 새로운 교회운동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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