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주최한 도하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표단이 서방 국가들에게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정책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회의에서 탈레반 측은 관계 개선을 위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 수석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서방과의 관계 진전을 위해 탈레반의 종교적, 문화적 가치와 대중적 열망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레반과 다른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이해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며, 카자흐스탄이 탈레반을 금지 단체 목록에서 제외했고 러시아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회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탈레반과의 포용을 위해 마련한 세 번째 도하회의다. 1차 회의에서는 탈레반이 초대받지 못했고, 2차 회의에서는 조건 불일치로 참가가 무산됐다. 3차 회의에서는 탈레반 측이 별다른 조건을 달지 않아 참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 아프간 여성들이 배제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유엔 아프가니스탄 인권 특별보고관 리처드 베넷과 노벨상 수상자 말랄라 유수프자이 등은 여성 참여 배제를 강하게 비난했다. 유수프자이는 아프간 여성 대표 없이 회의를 진행한 것이 탈레반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탈레반은 여성과 소녀에 대한 가혹한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무자히드는 국가 간 정책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러한 차이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안보, 정치, 경제적 압력으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탈레반을 인정하는 국가는 없으며, 유엔은 여성의 교육과 취업 금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탈레반은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지만,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국제적 인정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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