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규모 ‘오물 풍선’ 테러에 이어 무더기 미사일 발사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등 동시다발적 연쇄 도발에 나섰다. 북한의 연이은 ‘오물풍선’ 살포는 대북 인권단체들의 전단지 살포 반발 차원이라고 하나 정상 국가라면 상상할 수 없는 저급한 행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와 GPS 교란까지 무차별적인 북의 도발에 엄중히 대응하되 저들의 얕은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을 냉정함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밤부터 이틀에 걸쳐 폐지·꽁초 등 온갖 더러운 오물을 가득 담은 풍선 1000여 개를 남쪽으로 날렸다. 이 때문에 한때 서울·인천·경기도 일대에 긴급 문자가 발송되는 소동이 일어나고, 풍선이 떨어지면서 세워둔 승용차가 파손되는 사고가 잇달았다.
북한 김여정은 담화에서 ‘오물 풍선’을 “우리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성의의 선물로 여기고 계속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물을 ‘표현의 자유’에 빗댄 건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통과시킨 ‘대북전단지금지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위헌으로 폐기된 걸 조롱하는 의미이고 “계속 계속 주워담아야 할 것”이란 앞으로 계속해서 오물 풍선을 남으로 보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남남갈등을 유발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 중단 여론을 일으키려는 의도와 목적이 있다. 오랜 대북 제재에다 경제 실패로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진 현실에서 최근 정찰위성 발사까지 실패로 돌아가자 이에 따른 내부 민심 동요를 대남 이슈로 덮으려는 심리전의 일환이다.
북한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물 풍선’ 살포를 시작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미사일 20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 2022년 말 북한이 SRBM 등 10여 발을 동해로 쏜 이후 이번처럼 20여 발을 한꺼번에 쏜 것은 처음이다. 심각한 내부 혼란을 덮기 위한 체제 결속용 도발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북한은 또 서해에서 GPS 전파 교란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미사일 도발을 시작하고 1시간 반 뒤에 시작된 GPS 교란 공격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연평도와 인천 등지에서 운항 중이던 상선과 여객선, 어선 등 1백여 척이 GPS 수신 장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GPS 수신 장애로 항로를 잃은 선박이 자칫 북방한계선을 넘어가는 아찔한 상황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라고 규정한 후 미사일 무력시위를 넘어 도발의 수단과 범위를 더욱 넓히며 연일 한반도를 안보 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현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대북 강경책을 지속하는 데 따른 불만 심리로 해석되지만, 남남갈등을 일으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동시에 친북 세력이 득세하도록 하겠다는 2중 전략이 숨어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등 변화하지 않는 한 지금의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오물풍선’ 테러 등 동시다발적 연쇄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은 지난 2018년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대북 확성기 방송 철거·중단의 근거가 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 군사합의 무효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북한이 돌연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재개 방침을 밝힌 약 5시간 만에 태도를 바꾼 셈인데 그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는 우리의 비대칭 전력으로 꼽힌다. 탈북자 중 휴전선 인근에서 인민군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들 상당수가 대북 확성기 방송과 화려한 전광판 불빛을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할 정도로 심리 동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8년에 중단됐다. 그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9.19 남북 군사 합의’가 발표되고 남과 북이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와 함께 남북 간 상호 비방을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에 대해 지난해 11월 북한이 먼저 파기를 선언한 데다 정부도 북한의 연쇄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언제든 폐기할 방침이어서 당장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데 걸림돌은 없다.
다만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는 건 저들에게 추가 도발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에 반발해 ‘오물 풍선’을 투척하는 건 정상적인 사고체계를 가진 국가나 체제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추한 짓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집단이 오물에 세균을 주입해 보내거나 생화학 테러 등 그보다 더한 짓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최근 무차별적인 연쇄 도발은 자기들 체제 유지를 위한 힘겨운 몸부림으로 보인다. 이에 비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건 저들의 계략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하되 차제에 굳건한 안보태세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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