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지 영화 상영관이 없는 20여 기초지자체에 '작은 영화관'이 들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는 내년 말까지 영화 상영관이 없는 전국 109개 기초지자체(약 890만명 거주)를 대상으로 '작은영화관' 건립 사업을 한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된 '지역발전정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중 광역특별회계를 통해 지원되는 작은영화관 건립 사업에 강원도 삼척시·철원군·평창군, 경상남도 남해군, 인천광역시 강화군, 충청남도 청양군·예산군, 충청북도 제천시 등 8개 지자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 지자체에는 최대 5억원의 국고가 지원되며, 국고 보조금과 동일한 금액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강원도와 전라북도의 경우 자체 예산으로 총 12개 작은영화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2014년도에는 전국에 최소 20개소가 개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고 예산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작은영화관 건립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많은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 지원 대상 지자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남의 경우, 22개 시·군·구 중 극장 부재 지역이 19개에 이르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도 국고 예산 지원 신청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2017년까지 작은영화관이 90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작은영화관을 문예회관, 청소년 수련관 등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50석 내외의 2개관으로 구성하도록 할 예정이다. 각 상영관은 대기업 멀티플렉스 수준의 시설을 갖춰 3D 영화 상영도 가능하도록 꾸며진다. 작은영화관에서는 대도시 지역과 동시에 최신 개봉영화를 상영토록 함으로써 그동안 지역민들이 느꼈던 지역 간 문화격차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화 관람료를 지역 특성에 따라 대도시에 비해 낮게 책정함으로써 지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2D 영화 5000원, 3D 영화는 8000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결돼야 할 것이 영화관련 기업들의 협조다. 문체부는 이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작은영화관 활성화와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문체부가 작은영화관 사업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전북 장수군의 '한누리 시네마'의 성공 사례 때문이다. 2010년부터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누리 시네마는 장수군이 예산 8억5000만원을 투입해 기존의 공공 문화시설인 '한누리 전당'의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해 입체영상(3D) 영사시설까지 갖춘 50석 내외의 2개관으로 2010년 개관했다. 첫해에는 적자였지만 2년째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한누리 시네마 관람객은 총 3만2000명이다. 장수군 인구는 2만3000명이다.
문체부는 작은영화관 건립·운영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화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작은영화관 운영 자문단'을 운영, 각 지자체의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운영모델을 제시하고, 상영관 기자재 기술 표준 설정과 공동구매, 운영인력 교육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운영모델의 경우, 사회적 기업 또는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를 권장하되 지자체 직영 방식, 문화 관련 비영리기관 위탁 방식, 기존 민간기업 위탁 방식 등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풍부한 분석정보를 제공해 각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영화관 운영에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지역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며, 귀농인력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소외 계층을 위한 문화바우처 사용을 이끌어 양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울러 작은영화관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상업영화 외에도 다양한 영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고전·예술·독립영화들을 상영하는 다양한 기획전 개최를 지원하고, 유명 영화인들이 작은영화관에서 지역의 초중고교생들과 만나 영화에 관해 토론하는 교육행사도 마련할 계획이다.
문체부 원용기 콘텐츠산업실장은 "국민문화향유 실태조사를 해보면 향후 경험하고 싶은 문화예술 활동으로 항상 영화가 1위로 꼽히고 있다. 최근 발표된 거대자료(빅데이터) 분석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문화예술 장르가 영화로 나타났다"면서 "'작은 영화관 건립 지원은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문화융성과 문화가 있는 삶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실장은 "이미 성공모델을 도출한 장수군의 사례를 볼 때 '작은영화관'은 가족 중심의 여가문화 확산이라는 삶의 양식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이며 관광객 유인, 새로운 영화 관객층 창출 등의 파급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작은영화관'이 본격 개설되기 전까지는 극장 부재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 중인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