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떤 나무든 쓰임새에 따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목공예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M'에서 3~16일까지 열리고 있는 박인규 목공예 작가의 '박목수'전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그 어떤 나무든 선과 목리들을 순하게 살려 존재를 알린다.
그의 별칭은 박목수이다. 스승이 붙여준 이름이기에 작가라는 말보다 '목수'라는 애칭이 너무 좋다. 그의 목공예 작품은 대부분 1무 2불(1無 2不)의 형태다. 한마디로 무형태, 불균형, 부조화를 말한다. 이 삼박자만이 자신의 예술적 철학을 뒷받침해 준다. 탁자, 찻잔, 밥상, 장롱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작품 속에 자연을 속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15일 오후 갤러리에서 만난 박 작가는 "내 작품은 형태를 갖추지 아니하며 균형을 이루지 않고, 매사에 조화로운 완벽함을 이루지 않는다"면서 "무형태, 불균형, 부조화 등 세 단어는 서로 다른듯하나 내 작업 안에서 하나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품들은 아버지가 딸에게 만들어주는 투박함같이 자연이 만들어 놓은 그 모든 선과 목리들을 순하게 살려주고 있다"면서 "작업을 시작함 보다는 작업에서 손을 떼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작품을 관람한 안영숙 서양화가는 "작품들 안에 스며드는 색감이 궁금증을 자아 낸다"면서 "고귀한 작품들을 잘 보고 간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오랜 시간 나무를 만지면서 가장먼저 배운 것이 한 움큼 손에 쥔 바람을 놓는 일 이었다.
나는 내 모든 작업에 있어 영졸무교(寧拙毋巧) 영박무화(寧樸毋華)를 희망으로 삼기 때문에
값비싼 재료, 정밀한 기교, 화사한 마감에 있지 아니하다.
동네 예저기 도린곁이나 길섶에나 버려있을 법한 나무들을...
시간 날 때마다 보고 또 보고, 만지고 또 만지며
하늘이 만들어놓은 그 선과 그 목리들을 어떻게 인간과 조화를 이루며 세상에 존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충북 음성의 작업실에서 기거하고 있는 박인규 작가는 지금까지 25회에 걸쳐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박목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