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리카 순방 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아프리카 국가들에 요청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동시에 급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종교 지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바로 동성애 문제 때문"이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순방 중 세네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성에 관계없이 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대해 아프리카 종교 지도자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것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반기는 아프리카의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다고 보고 있다. 세네갈 루터교회의 지도자인 피에르 아다마 파예 목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동성애 문제로 인해 종교 지도자들은 그를 환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아프리카 자치 간섭 문제로까지 보고 있다. 현지 무슬림 지도자인 세이크 살리오 음바크 씨는 "동성애 문제가 알라(하나님)의 명령에 도전하는 공갈 편지나 강요의 도구가 되어선 안된다"며 "우리 사회에 동성결혼을 허용하게 하려는 어떤 국제 사회의 위협에 저항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제 엠네스티 등도 아프리카의 동성애자 처벌에 관해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이로비의 가톨릭 지도자인 존 응주에 추기경은 "아프리카는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공감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우리의 전통과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는 아프리카의 37개 국에서 범죄로 취급된다. 그러나 동성애가 합법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톨릭 지도자 빅터 응로부 신부는 "서방에서 인권의 문제로 부각되는 동성애에 관해 종교 지도자들은 이것이 교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매우 근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성애가 삶의 한 형태로 인정받을 경우,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지도자들의 반응도 종교계와 유사하다. 세네갈의 매키 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우리는 자유를 존중하지만 동성애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고 케냐의 윌리엄 루토 부통령은 "미국이 케냐의 발전을 위해 힘써 준 것에 매우 감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