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사재 출연키로 한 정몽준 전 대표
(서울=연합뉴스) `범현대가(家)'의 5천억원 규모 `아산나눔재단' 설립에 2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키로 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극화, 중산층 붕괴, 청년실업 등은 전세계적 문제로, 모두 참여하고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사재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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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가(家)'의 5천억원 규모 `아산나눔재단' 설립에 2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키로 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16일 "여유분을 보면서 계속 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양극화, 중산층 붕괴, 청년실업 등은 전세계적 문제로, 모두 참여하고 고민하자는 것"이라며 사재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기부 행위를 대선행보와 연결짓는 시각에 대해 "대선행보든 아니든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대선만을 의식해서 한다면 나 자신에게 불명예고 내가 처량하다"며 "정치는 명예를 걸고 해야 하며, `죽기 살기로' 하는 정치는 안좋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삼가면서도 "(당내) 균형이 안잡히는 면이 있다.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말했는데, (생태계에 있어) 한 나무만 심으면 안좋다고 하지 않느냐"며 정치권의 `공생'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음은 정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사재 2천억원을 포함해 5천억원 규모의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배경은.
▲올해가 아버지(정주영 명예회장)가 돌아가신지 10주년이다. 10주기는 3월이어서 이때 했으면 했는데 가족ㆍ회사가 출연하려면 준비해야 할 게 많다고 해 이번에 한 것이다. 아버지는 1977년 아산재단 출연 시 주식 500억원으로 했다. 이번에 우리가 하는 것은 시가로 보면 당시보다 못할 것이다. 모범적인 재단이 될 것으로 본다.
--재단의 역할은.
▲양극화, 중산층 붕괴, 청년실업 등이 전세계적 문제 아닌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할 일이지만, 정부만 해서는 안되고 모두 참여하고 고민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같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시적으로 한번하고 끝나면 안된다.
--추가 출연 계획이 있나.
▲회사나 개인이나 여유분을 보면서 계속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기부문화가 없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언급했는데 사전교감이 있었나.
▲(10주기에 맞춰) 3월에 하려 했다. 이후 5월까지 하려다가 8월로 늦춰졌다.시점을 맞춘 게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사재 출연을 대선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대선행보든 아니든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것 아닌가. 국민이 냉철하게 판단할 것이다. 대선만을 의식해서 한다면 나 자신에게 불명예고, 내가 처량하다. 소위 `정치를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안좋은 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재,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이 `목숨걸고 권력을 잡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 정치의 모순이고 비극이다. 정치는 명예를 걸고 해야 한다. 국민은 사는 게 죽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고 매일 성실하게 산다. `대선 때문에 사재 출연을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스스로 `정치 노무자'라고 생각한다. 정치 노무자의 생활이 중요하고 보람 있지만 모든 게 정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가 전부라고 생각하면 `기계'가 되지 않겠는가. 정치판에 오래 있으면 인간성이 황폐해진다는 것을 스스로 견제해야 한다. 권력의지가 없어도 안되지만, 넘쳐서도 안된다. 우리는 정치 과잉 아닌가.
--대선을 앞두고 현대중공업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관련 법도 있고 국민 의식도 있으므로 여러가지를 다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인 것으로 안다. 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런 회사에 특혜를 줄 수 있겠는가. 현대중공업을 통해 수십만명이 좋은 일자리를 갖고 있는데, 이를 유지하려면 회사가 튼튼해야 하고, 그러려면 경영환경이 안정돼야 한다. 대주주가 잘해야 한다. 안정화하는 일종의 기금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돈을 잘 쓸지 연구해야 한다.
--2002년 대선 때는 명의신탁을 거론했었다.
▲좋은 생각이고, 외국에도 그런 제도가 있다고 들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2년 대선 출마 시 기금 출연을 언급했었다.
▲아버지와 나는 좀 다르다. 아버지는 창업자고 난 아니다. 그리고 나는 6선 의원이고 아버지는 초선 의원이다. 30년 전 MIT 석사논문으로 `기업경영이념'을 썼다. (기업경영이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대통령에 이어 `현대' 출신이 또 대권을 잡는데 대한 부정적 여론도 있다.
▲미국은 아버지가 대통령을 하고 아들도 대통령을 하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에서 사장을 했기 때문에 찍어준 게 아니다. 서울시장 이미지로 대통령이 됐다.
--대권행보에 속도가 붙는 것 같다. 9월6일 출판기념회가 사실상 출정식 아닌가.
▲출정식이 되려면 책에 이 사람, 저 사람 칭찬해야 한다. 책을 본 사람들이 `이런 책 괜히 내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많이 한다. 대선 출정식이면 내용을 고쳐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 이후에 또 회고록을 쓸 생각은 없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생각은.
▲다음에 얘기하겠다. 다만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자산임에는 분명한데, 박 전 대표 때문에 균형이 안잡히는 면이 있다. 대통령의 `공생발전'이 생태 환경과도 연결되는데, 한 나무만 심으면 안좋다고 하지 않는가. 대기업도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해 욕먹는 것 아닌가.
--당내 친이(친이명박)계가 와해되면서 친박(친박근혜)계가 커질 수 있다.
▲박 전 대표도 대표 시절 `계파는 안좋다'고 여러번 말했다. 그 다음에 생각이 달라진 것인지...정치인의 모습에는 진면목과 허상이 있는데, 정치인의 허상을 벗기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허상이 커지는 것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대세'라고 하면 언론 모두 `대세'라고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교감이 있는 것 아닌가.
▲김 지사는 만나보면 편하다. 능력도 있고 겸손하다. 나라를 위해 큰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만나려고 한다.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미흡하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해왔다.
▲중견기업, 대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특히 10대 기업이라고 하면 헌법 정신을 공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고 장사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돈을 번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당연히 생각해야 한다. 돈을 벌수록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공인 자본가가 인기가 없어 자본주의를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