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제18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정상 간의 공동합의문이 도출됐다. 지난해 EAS 정상들은 여러 안건에서 이견을 나타내며 공동성명을 내는 데 실패했는데 올해 '가까스로' 합의문이 도출됐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순방에 동행한 취재진을 만나 "(공동성명은) 전문 8개 항, 본문 32개 항으로 구성됐다"며 "식량, 에너지 안보, 역내 경제 개발 협력 등 비정치적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합의하고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문제를 개괄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회원국 간의 시각이 엇갈리며 관련 내용은 공동성명에 담지 못했다.

김 차장은 "(EAS는) 안보, 군사 이슈에 대해 주로 논의하는 정상 회의체"라며 "국가들이 생존 문제가 걸린 군사 안보 문제에 있어서 자기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고 자국의 이익에 유리한 국제정세 흐름을 유도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이날 EAS에서 거론된 주요 4개의 안보 이슈는 ▲우크라이나 전쟁 ▲남중국해 문제 ▲미얀마 군사 쿠데타 ▲북한 핵 미사일 등이다.

◈윤, 러·중 면전서 "북한 제재 채택 안보리 상임이사국 책임 무거워"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역내 공조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 이를 저지하려는 국제사회 결의가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중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오늘 회의에 참석하신 모든 국가를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불법적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해 유엔 안보리로부터 가장 엄격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며 "그러한 결의안을 채택한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언급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5개국으로 이들 중 EAS 회원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3개국이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가상자산 탈취' '해외노동자 송출' '해상환적' 등 북한의 불법행위 차단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 독재정권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는 곧 북한의 인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70여 년 전 불법 침략에 의해 국가 존망의 위기를 겪은 한국의 경험을 언급하며 "유엔과 국제사회가 함께 싸워준 덕분에 대한민국은 자유를 지켜내고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 7월 키이우 방문 당시 발표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며 "한국은 우리가 공약한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고, 향후 우크라이나의 재건 복구 노력에 책임 있게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또 남중국해 갈등에 대해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법 원칙"이라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 중인 남중국해 행동 준칙이, 국제법의 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각국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수립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이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 인태 지역이 계속 번영하기 위해서는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 규칙기반의 해양질서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른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아세안과 해양안보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얀마에서 지속되는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폭력 중단과 포용적 대화를 통한 아세안의 해결 방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EAS는 '아세안+3(한일중)' 체제를 확대한 별도의 회의체로 2005년 출범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미국, 러시아가 EAS 회원국이다. EAS에서는 역내 전략적, 정치적 현안에 대해 각국 정상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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