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안전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야당이 오염수 방류를 ‘국민안전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으나 과학적 근거 없이 막연히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것이 현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도 우리 어민과 국민에게 직접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제2의 태평양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오염수 방류를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비유한 것. 그런데 아무리 비유라도 과거 제국주의 시대 침략에 빗대는 자체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유입되는 시기를 4∼5년 후로 보고 있다. 오염수가 태평양 해류를 따라 크게 한 바퀴 돈 뒤에야 본격적으로 한반도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최종보고서에서 삼중수소 수치가 배출 지점 3km 밖에선 자연상태 수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태평양 연안의 어느 나라든 안전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에서 야당의 대표라면 언어에 무게와 절제가 요구된다. ‘제2의 태평양 전쟁’이란 섬뜩한 용어를 꺼내려면 최소한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와 다수의 과학자, IAEA 전문가들까지 문제가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극히 미미해 건강을 해칠 수준이 못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무조건 과격한 용어로 자기주장만 하는 데는 다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사능 등을 걸러낸 처리수다. 언젠가는 바다로 흘려보내야 할 물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면 우리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되고 한일간에 양해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계속해서 위기감을 조성하고 이슈를 정쟁화하는 건 곤란하다. 반일 감정과 이 문제는 별개 사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오염수’, 미국과 유럽연합은 ‘처리수’ 또는 ‘알프스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만 ‘핵 오염수’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런데 야당 대표는 지방 집회에서 ‘핵 폐수’라는 용어를 썼다. 중국이 쓰는 용어보다 더 심한 표현이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표현의 심각성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줘서 사실과 상관없이 불안감을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오염수가 그런 충격적인 용어로 불릴 정도로 심각하다면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 오염수 방류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는 나라들의 태도다.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 18개 나라가 왜 이토록 잠잠한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들 나라는 IAEA의 조사를 존중해 오염수 방류를 수용했다. EU는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까지 풀었다.
사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부터 국내엔 온갖 괴담이 떠돌았다. 그 여파가 수산업계에 그대로 미쳐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오지 않을까 우려됐다. 그런데 막상 오염수 방류 일주일이 지났는데 여론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일각에서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와 같은 폭발적인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으나 그 정도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한때 광우병 사태, 사드 전자파 논란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 막연한 불안감에 과도하게 몰입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게 확인되지 않은 ‘괴담’ 수준이란 게 밝혀졌다. 그러기까지 국론 분열이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는 건 뼈아픈 교훈이다.
도에 넘는 자극적인 선동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눈앞의 정치적 노림수가 영원히 통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 정부에선 ‘죽창가’를 부르자 한때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반일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우리 경제계가 입은 타격이 훨씬 컸다. 오염수 불똥이 아무 관련이 없는 우리 수산물에까지 튀게 만드는 건 바른 정치가 아니다.
샬롬나비도 지난 28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야당과 일부 단체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에 대한 비과학적인 ‘괴담’을 퍼뜨려 국민 불안을 조장해 우리 수산물 업계가 피해를 본다”며 “이런 주장은 과장 정도가 아니라 날조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오염수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가까이 있는 우리로선 불안감을 완전히 떨칠 수 없다. 그런 만큼 일본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끝까지 철저하게 이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도 IAEA 등과 긴밀한 협력 속에 안전성 감시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 오염수를 둘러싸고 떠도는 말들은 왜곡을 넘어 ‘괴담’ 수준이다. 이런 것이 먹힌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지금은 사실을 호도하는 선동과 ‘괴담’에 솔깃해 안전한 우리 수산물을 기피할 때가 아니라 더 많이 소비해야 할 때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의 바로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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