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 외교 역사상 첫 단독 정상회의를 갖고 '캠프 데이비드 원칙(Principles of Camp David'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한미일 공동성)',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가지 합의문을 도출했다.
이는 자유·인권·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이 안보, 경제안보, 사회·보건·인적교류 등을 총망라하는 한미일 3각 협력 공조를 통해 한반도를 포함한 아세안 및 태평양도서국을 넘어 글로벌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출발점으로, 대통령실은 "한미일 파트너십의 새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첫 단독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3국 정상이 3개 문건에 합의함으로써 정례화된 '한미일 협의체'가 출범, 역내 가장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3자 협의 공약' 별도 제시…'공동 안보 프레임워크' 대외 과시
이날 한미일 정상이 도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3국 협력 방향의 대원칙을 담았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달리 명명한 것으로, 구체적 실천 방향을 적시했다. 원칙은 총론, 정신은 각론인 셈이다.
별도의 문서로 작성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중 '3국 중 안보 위기 발생 시 3국 정상이 협의한다'는 문구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역내외 안보 위협에 대한 3국의 협의 강화에 대한 정치적 약속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사이버 위협, 해상 도발 등 역내외 안보 위협에 대해 이익과 직결된다고 판단될 때 정상들이 정보 교환, 메시지 조율, 공동 대응 방안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다만 '의무 규정'이 아니라 각 나라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협의가 필요하다면 그 때 3국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을 논의하게 되는 프로세스로 작동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3국이 한미, 한일 동맹을 포괄하는 '준 안보 동맹'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3국은 이런 분석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3국 중 한 나라가 도전에 직면할 경우 긴밀한 협력을 장려하는 공동의 안보 프레임워크 성격이지, 동맹의 개념이 아니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3자 협의 공약을 별도의 문서로 작성한 것은 한미일 협력체제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집단 방위체제가 아니더라도, 3국간 안보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천명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정상회의 연례화…협의체만 5개 합의
세가지 합의 문건이 작동하기 위해선 각종 협의체의 창설이 시작이다. 한미일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5개의 협의체를 창설하기로 하고 회의를 연례화하기로 했다. 이는 한미일 협력 사상 최초다.
한미일 정상은 우선 이날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개최하기로 했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가 첫회로, 내년에는 한국과 일본 중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3국 정상이 큰 틀에서 합의한 사안에 대한 실무 논의를 위해 국가안보 보좌관, 외교장관, 국방장관, 산업장관 간에도 연 1회 정례적으로 회동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는 만큼 ▲인도태평양대화(Trilateral Indo-Pacific Dialogue) ▲한미일 개발정책대화(Trilateral Development and Humanitarian Assistance Policy Dialogue) ▲한미일 사이버 협력 실무그룹(Trilateral Working Group)도 신설한다.
인태대화는 3국간 아세안과 태도국에 대한 정책 조율을, 개발정책대화는 아세안과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개발정책 및 인도적 지원을, 사이버협력 실무그룹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공동 대처를 위한 협의체다. 개발정책대화는 오는 10월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 있던 '한미일 경제안보대화'의 내실화도 추진한다.
◈첫 한미일 연간 훈련 계획 수립…'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지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확장 억제 강화다.
한미일 정상은 '완전한 북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인식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3자 훈련 강화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3자 훈련은 북한의 도발 직후 대응 차원의 훈련 뿐 아니라 연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시행, 북한의 위협에 3국이 조율된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의미다. 3국 정상이 다년간의 3자 훈련 계획 수립에 합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미일 정상은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연내에 구축해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미일 방어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북한의 자금줄인 불법 사이버 활동을 감시하고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역량을 차단하는데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북핵 미사일 확장 억제를 위해 NCG(한미핵협의그룹)의 일본 참여나 워싱턴 선언의 확장판인 한미일 3국 별도 협의체가 신설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당장은 한미, 한일 간에 각각의 협의체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인권 개선, 국군 포로 등 납치 및 억류자에 대한 문제 해결 추진 의지와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한 인식도 재확인했다. 3국 정상이 한자리에서 국군 포로,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러시아 제재 이행 공조…"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대중러 견제
3국은 또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재건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대러시아 제재의 이행과 러시아 의존도 감소를 위한 협력을 꾀하기로 하는 한편, 국제법에 근거해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 각국이 대외에 표명한 입장을 상기하면서도 인태지역 수역에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3국 정상의 합의문에 러시아 제제와 더불어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일방적 현상변경'이 포함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에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과시하며 미국의 대중 견제 움직임에 힘을 실은 것으로 읽힌다.
'캠프 데이비스 정신'과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문건에 포함된 '역내 평화와 안정적 질서를 원하며, 국제규약과 국제법 합의를 어기는 행동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문구 역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EWS 구축·혁신기술 기동타격대 등 경제안보 협력 강화
3국 정상은 공급망 공조를 핵심으로 하는 경제 안보와 첨단기술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우선 한미일 NSC 차원의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 구축, 기술 안보, 청정에너지, 바이오, AI, 양자기술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일 조기경보시스템(EWS)' 구축에 합의했다. EWS는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위기관리체계다.
3국의 EWS 구축은 핵심전략 물자와 첨단 기술 확보를위해 한미일간 정보공유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핵심 원료와 부품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히게 됐다는 의미다.
3국은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첨단 반도체, 슈퍼컴퓨터, 우주 등 '핵심 신흥기술'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이 운영하고 있는 '혁신기술 기동타격대'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법무부와 산업부, 한국은 산업부와 법무부, 일본은 경산성과 경찰청이 참여하게 되는데, 올해 하반기에 첫 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3국은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를 신설해, 금융시장 안정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금융 의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청년과학자 교류, 여성 사회참여 증진 ▲디지털 국제규범 마련 ▲국립암연구소 간 연구 협력 등도 3국 정상의 합의 사항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듯 '세 나라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볼수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를 포함해 외교, 국방, 금융, 산업, 사이버, 개발, 지역 정책 등 각 분야와 각급 협의체의 연례화를 통해 3국간 협력을 심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자 협력은 역내 가장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체로 진화해 오커스(AUKUS), 쿼드(QUAD) 등과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강력한 협력체로서 기능할 것으로 대통령실은 내다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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