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 장·차관을 모두 외부 인사로 교체했다. 장관에는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차관은 미국통으로 분류되는 외교관 출신 문승현 주태국 대사를 기용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인권 문제를 매개로 북한을 압박하는 등 현 정부의 '강 대 강'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통일부 장·차관이 동시에 바뀐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외부 인사로 교체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임명되면 통일부 전신인 통일원 시절의 권오기 장관·김석우 차관(1996년 8월∼1998년 3월) 때 이후 25년 만이다.
김 장관 후보자는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와 학계에선 대북 강경파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 면전에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적대적인 시각을 여러 차례 표출하며 '김정은 정권 타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4월18일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 기고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며 사실상 '강압적 흡수통일'론을 주장했다.
이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해 '흡수통일'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헌법 4조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 정부 들어서는 지난 2월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중장기 통일 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연구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그리는 통일과 대북 정책의 큰 그림을 주도한 셈이다.
이 구상은 윤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는 별개로, 1988년 7·7선언과 1994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뒤를 잇는 중장기 대북·통일정책의 새로운 토대가 될 전망이다. 헌법가치와 인류 보편가치를 고려해 자유, 인권, 평화, 번영, 개방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문 차관 내정자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외교비서관 등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이다. 주미대사관에서 2등서기관과 공사참사관으로 2차례 근무했고 외교부 북미1과장과 북미국장을 차례로 지낸 대표적 미국통이다.
그는 한미 동맹 강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등을 앞두고 전임 정부 시절인 2019년 다시 주미대사관으로 넘어가 정무공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대미 외교 강화에 힘써 온 이력을 고려하면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미 간 공조 시너지를 높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이번 인사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기반으로 한 통일 정책을 펴겠다는 윤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를 매개로 북한을 압박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부 인사 발탁은 정부의 대북 인식과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이에 따라 통일부 기능과 성격이 대대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간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에 방점을 두던 통일부 역할 자체가 북한인권 문제 제기 등 대북 압박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단 얘기다.
김영호 후보자는 이날 지명 발표 직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원칙을 갖고 북핵 문제를 이행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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