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 한창 피어나야 하는 아름다운 청년의 때를 살아가던 고 김주호 군. 1990년 12월 1일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우수한 성적으로 싸이프러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센트럴플로리다대학(UCF)에서 수학한 뒤, 첼로에 재능이 있어 선교지를 다녀 온 2011년 9월, 보스톤 버클리음대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선교에 대한 열정과 헌신 만큼은 어른 못지 않았던 김 군은 단기선교를 떠나기 전인 5월 초, 교회에서 열린 '북한어린이돕기 자선음악회 가곡의 밤' 첫 순서에 등장해 어머니이자 성악가인 문미란 집사와 함께 가톨릭 초기 남미선교 수난을 담은 영화 '미션'의 삽입곡으로 유명해진 '넬라 판타시아'(Nella Fantasia)를 첼로로 협연해 플로리다 동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왜 하필 '미션'의 삽입곡이었을까? 선교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이들을 위한 그 곡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을 위한 마지막 연주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나님께서는 과연 어떤 계획을 갖고 그를 남미 땅으로 부르고 계셨던 것일까?
2011년 8월 5일, 김광재, 문미란 집사 부부는 에콰도르 미국대사관에서 단기선교를 나갔던 아들이 아마존 급류에 휩쓸려 실종 됐다는 '천청벽력'을 듣게 된다. 서둘러 현지에 들어가 밤낮으로 찾았지만 실종된 지 8일이 지나서야 아들이 섬기던 아마존 코판(Copan) 부목민들에 의해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아들을 품에 안아야 했다.
마이아미한인장로교회(담임 신정인 목사)에서 열린 에콰도르 원주민 선교를 위한 '쟈슈아 프로젝트' 후원을 위한 '윤길웅, 문미란 성악가 찬양집회'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어렵게 입을 연 김주호 군의 아버지 김광재 집사.
그는 아들을 9번째로 선교지로 보내면서 기도로 준비하지 못했고, 세상의 안일함에 빠져있던 제 자신을 후회하며 회개했다고 고백했다. 문미란 집사 역시 당시 유럽에서 성악공부를 위한 유학 중이었고, 아들의 죽음을 통해 다시금 세상적 욕심과 욕망에 사로잡혔던 자신을 돌아보며 찬양사역자의 길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고 담담히 밝혔다.
아들을 잃고 절망과 슬픔에 빠져 있던 김광재, 문미란 집사는 8월 14일 열린 아들의 장례식에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플로리다 지역은 물론 미주 전역에서 모인 약 800명의 추모객들이 아들의 죽음을 아파하며 그를 기억하기 위해 모여 들었다. 이들은 김주호 군으로 인해 삶이 변화되었고, 선교에 대한 생각이 변화되었다는 이야기를 이어갔고 너무 많은 이들이 간증하기 원해 진행을 위해 제지해야 하는 상황까지 됐다고 회고했다.
김 집사는 "아들을 찾는 일주일 기간 동안 하나님께서 이곳의 영혼들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내 아들을 사랑한 것보다 더 많이 이곳 원주민들을 사랑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드릴 수 밖에 없었다"고 아들의 순교를 계기로 선교 사역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과정을 밝혔다.
이들은 50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주님 앞에 모든 것을 다 내려 놓는 삶을 배우고 있다. 현재 아들이 섬기고 사랑했던 에콰도르 룸바끼, 까베르 지역과 아마존 원주민 코판족이 살고 있는 시난게라는 마을에서 선교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고 김주호 군이 갔던 것이 그 지역에서 마지막 사역이 될 뻔 했지만, 그의 순교로 다시금 뜨거운 선교의 불꽃이 붙어 그 지역 원주민교회 건축이 완공되는 열매를 맺었다. 2012년에는 부부가 다니는 올랜도비전교회(담임 김인기 목사)를 중심으로 협력교회들과 함께 젖 염소 사역, 축호사역, 안경, 태권도, 사진, 영화 사역 및 VBS 사역이 활발하게 일어나 오히려 더 많은 선교사역을 펼치고 있다.
김광재, 문미란 집사의 선교사역을 원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쟈슈아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쟈슈아 프로젝트'는 젖 염소를 가난한 원주민들에게 나눠줘 그들이 직접 젖 염소를 길러 젖을 짜먹게 해 영양 결핍을 해결하고, 우유와 치즈 등을 팔아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게 한다는 계획이다. 금년에는 약 20마리의 젖 염소를 분양할 예정이다.
김광재 집사는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선교사역을 위한 찬양사역이 미주 전역 각 교회들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 많은 후원과 기도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