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더해 윤석열 정부의 가치동맹 기조를 확고히 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새로운 냉전체제가 구축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북핵을 둘러싼 양 진영 간 군사적 대결은 물론이고 공급망을 둘러싼 두 진영간 경제적 마찰도 심화될 것으로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과 대북 확장억제, 한·미·일 협력 구도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양국은 6개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는데 핵협의그룹(NCG)의 창설, 전략핵잠수함(SSBN)을 비롯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 확대, 정보공유 및 연합훈련 강화 등으로 미국 확장억제의 실질적 이행력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사이버안보, 우주안보, 첨단기술·경제안보 등으로 동맹 공간을 확대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북한 등 외부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전략동맹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다시 천명했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한 윤 대통령은 오는 7일에는 방한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50여일 만에 다시 만난다. 정상 간 셔틀 외교의 복원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 등에 따른 양국 간 안보협력 강화를 최우선 의제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어 기시다 총리 초청으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은 3국 간 협력 구도를 외교·군사·경제안보 전반으로 확장할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어질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 외교 무대에서 3국 간 장관급 회담을 연쇄적으로 개최할 개연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지며 3국 공조 강화 방침을 드러냈다. 이들 정상은 안보협력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북한 탄도미사일의 탐지, 추적훈련 공개와 정례화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명시한 나토 정상회담에 한·일 양국이 파트너 국가로 참가한 가운데 한·미·일 정상회담이 별도로 열린 것은 3국 안보협력의 목표와 역할이 중국의 급부상과 세력화에 대한 대응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을 예고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질서 재편을 둘러싼 체제적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확대되며 북·중·러도 더욱 밀착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력화시키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이후 2017년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2017년 채택한 결의안 2397호에는 '북한의 추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제재를 강화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신냉전 강화, 북·중·러 밀착 등으로 인해 추가 제재 성과가 전무한 실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한반도 인근에서 핵 항모와 B-52 폭격기 등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한 것이 북한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양국이 이러한 뒷배 역할을 하는 동안 북한은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데 이어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한미 '워싱턴 선언'을 두고서도 사실상 연합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러는 한미의 확장억제 외에도 각각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일 일제히 중국, 러시아 등에서 워싱턴 선언을 깎아내린 기사를 부각하고 "국제사회는 역도의 행각과정에 조작발표된 '워싱톤선언'과 '공동성명'이 몰아올 부정적 후과(결과)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더 통제불능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데 대해 언급했다"고 전하거나, 러시아 외무성 대변인이 "(워싱턴선언은) 명백히 불안정을 조성하는 성격을 띠고 있으며 지역안전과 전 지구적 안정에 심각한 부정적 후과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워싱턴 선언 내용이 한반도 비핵화에 어긋난다며 발끈했고, 러시아도 외무부 성명을 통해 "(한·미) 핵 합의는 역내 및 국제 질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며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매체의 한국 때리기는 더 거칠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가 압도적 친미정책을 펴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은 또 다른 핵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전략적 수준의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에 가까운 논평을 내놨다.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직후에는 "한국은 전례 없이 자치권을 상실했다. 진정한 승자는 워싱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신냉전 구도가 공고해지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자주의가 본질인 현 외교 상황에서 미국 중심으로 가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단국가이자 세계적 통상국가인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한미동맹의 강화로 한중관계 및 한러관계가 불필요하게 악화고 동북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흥안보실의 이수형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분단을 관리해야 하는 국가, 미국과 동맹인 국가,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전략적 이익 교차하는 반도 국가, 다양한 국가들과 복합적이면서도 다층적인 경제교류를 해야 하는 세계적 통상국가"라며 "한국의 객관적 현실을 반영한 종합적 국가전략을 마련해 분야별 세부 전략을 그려나가야 체제적 경쟁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 외교가 동맹 미국과 흐름을 같이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나 문제는 어느 선까지 참여, 밀착하느냐"라며 "미국 주도 진영에 속하더라도 우리 상황에 따라 실용외교에 입각한 대외정책을 전개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설사 우리와 다른 진영의 일원이라도 어느 한쪽을 완전히 배제하는 대외정책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이자 경제력에 기반한 강대국화가 진행 중인 만큼 국익 관점에서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며 "국가 정체성과 체제, 가치규범이 다른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느 영역에서, 어느 강도와 깊이로 관계 발전을 추진할지 결정하는 것이 전략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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