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신교계 최대 교단인 남침례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가 명칭 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다.
'침례'(baptist) 본래 단어가 뜻과 달리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완고하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상징하게 된 까닭에 이를 교회 명칭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침례는 세례의 한 형식으로 교회의 중요한 예식 중 하나다. 물을 떠서 머리에 얹는 일반적인 세례와 달리 물 속에 완전히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침례라고 한다. 이는 몸이 죄에 대해 죽고 의 (義)의 몸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을 상징한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44%가 남침례회 라는 단어가 방문(명칭을 포함하는 교회나 기관에)하거나 참여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168년 역사와 4600개의 소속 교회를 가진 최대 교단인 남침례회는 1965년과 2004년 사이에 일곱번 이상의 명칭변경 요청을 받았다.
6일(현지시간) 마이애미 헤럴드의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코럴게이블스에 있는 '크리스트 저니' 교회는 최근까지 87년 동안 '유니버시티 침례교'란 간판을 유지해왔다. 담임인 빌 화이트 목사는 그가 속한 교회 협의회에서 90% 이상 찬성으로 명칭 변경안을 처리했다고 전했다.
화이트 목사는 "오늘날 '침례'란 말은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만큼 많은 맛을 갖고 있지만 뜻이 명확하지도 않고 긍정적이지도 않다"고 냉소했다.
이외에도 코럴 스프링스의 코럴침례교회도 2006년 침례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처치 바이 더 글레이즈(Church By the Glades)'로 이름을 바꿨다. 포트 로더러블의 제일침례교회는 새로운 인터넷 웹사이트에 '퍼스트 포트 로더러블'로만 소개하고 있다.
남침례회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교단 총회에서 출범 167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목사를 수장으로 세우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대신 교단은 '그레이트 커미션 뱁티스트'(Great Commission Baptist), 우리말로 '큰 사명 침례교'로도 쓸 수 있도록 일선 교회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명칭 논란을 봉합했다.
그러나 교회 내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남침례교'(Southern Batist)라는 정식명칭은 바꾸지 못했다. 보수파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침례교단 대의원인 로비 반스 목사는 간판 문제는 1990년대 닭고기 전문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도 겪은 것이라며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KFC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의 약자로, 튀긴 음식이 소비자에게 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KFC로 공식 회사 명칭을 통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