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다시 동결했다.
금통위는 이날 김중수 총재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연 3.2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격월로 인상되면서 2008년 12월 이후 2년3개월만에 처음으로 지난 3월 연 3.0%로 올라선 뒤 석 달만인 지난 6월 연 3.25%로 인상된 후 석달째 동결이다.
그동안 물가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으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이 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재정위기 우려가 높아지는 등 전세계적으로 경제·금융 관련 위험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 등 고용지표도 호전되고 있어 이번 동결은 불확실성에 대한 `한시적 관망'일 뿐 국내 경기둔화를 우려한데 따른 것은 아니라는게 한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지난달 이후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 자제 노력이 일정수준의 효과를 거두고 있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가계부채 총액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세난과 자연재해 등으로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결되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치인 4.0%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문제를 놓고 `실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온 김중수 한은 총재의 `기준금리 정상화' 방침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8일 1.36%포인트로 지난달말보다 0.33%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작년 6월11일 1.37%포인트 이후 1년2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전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말에 비해서도 0.51%포인트 상승했다.
김 총재는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금융ㆍ외환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는 소비ㆍ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면서 금리 동결을 시사하면서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7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6.5% 올라 지난 4월 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3월 7.3%를 정점으로 4월 6.8%, 5월과 6월 6.2% 등 점차 둔화하다 계절적 요인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반등했다. 전월보다는 0.4% 상승하면서 4월 0.3% 이후 석 달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려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한은이 기준금리 정상화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정상화 속도에는 상당 부분 제동이 걸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