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30개 공기업·준정부기관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8곳이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미흡) 이하 '낙제점'을 받았다.
정부는 실적 부진을 겪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고, 3명의 기관장은 경고 조치를 내렸다.
또한 최근 심각한 재무 악화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과 자회사에는 기관장·임원의 성과급을 자율 반납하도록 권고했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대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결과는 2020년 말 확정된 '2021년도 경영평가편람'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들의 지난해 경영 실적을 평가한 것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월부터 교수·회계사·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 민간 전문가 109명으로 공기업·준정부기관·감사 평가단을 구성해 서면 심사, 기관별 실사, 평가 검증 등을 진행했다.
◆10년 만에 S등급 공기업 나와…코레일은 최하점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보면 S등급(탁월)은 한국동서발전 1곳에 그쳤다. 경영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공기업이 나온 사례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A등급(우수)와 B등급(양호)은 각각 23곳, 48곳으로 집계됐다.
A등급 주요 공기업에는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도로공사, 한국부동산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해양환경공단 등이 포함된다.
B등급은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KDN, 한전KPS 등이다.
C등급(보통)은 40곳이며 강원랜드, 부산항만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에스알,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조폐공사 등이 해당 점수를 받았다.
D등급(미흡)과 E등급(아주미흡) 각각 15곳, 3곳으로 나타났다. D등급 주요 공기업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한국마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E등급에는 한국철도공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재부는 "양호 등급 이상(S·A·B)과 미흡 등급 이하(D·E) 기관 수·비율 등 등급 분포는 전년과 유사했다"고 분석했다.
63개 기관의 상임감사·감사위원 평가 결과, 우수(A)는 6개, 양호(B)는 34개, 보통(C)는 20개, 미흡(D)는 3개로 집계됐다. 미흡 기관인 대한석탄공사,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감사 3명은 경고 조치를 받게 된다.
정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인 E등급 또는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은 8곳이지만, 현재 재임 중인 기관장은 해양교통안전공단 1곳뿐이다.
나머지 7개 기관은 한국철도공사(이상 E등급), 국립생태원,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마사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토지주택공사(이상 2년 연속 D등급) 등이다.
또한 D등급을 받은 15개 기관 가운데 6개월 이상 재임 요건 등을 충족한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기관장 3명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은 국가철도공단, 국립공원공단, 부산항만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산자원공단,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14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를 제외한 현재 재임 중인 13명의 기관장은 경고 조치를 받았다.
기재부는 실적평가에서 D·E 등급을 받은 18개 기관과 중대재해가 발생한 14개 기관에 대해서는 개선 계획을 받고, 이후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미흡 이하를 받은 18개 기관은 내년도 경상경비가 0.5~1% 삭감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경영평가 성과급도 차등 지급한다. 직원 월 기본급을 기준으로 S등급은 250%의 성과급이 주어지며, 이어 A등급(200%), B등급(150%), C등급(100%) 순이다. D·E등급은 성과급이 없다.
정부는 한전과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한수원, 한전기술, 한전KDN, 한전KPS 등 9개 자회사에 대해서는 기관장·감사·상임이사 등의 성과급을 자율 반납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11개 공기업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는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에스알,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이 포함된다.
최 차관은 "한전 경영 상태의 책임성 확보 차원에서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들에 대한 성과급 자율 반납을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尹정부 경영평가 제도 확 바꾼다…재무 배점 높이기로
이번 평가는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 통합, 안전·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 발전, 윤리 경영 등 사회적 지표(100점 중 25점)에 큰 비중을 뒀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등 비위 행위를 계기로 윤리경영지표 비중(3→5점)도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윤리경영 지표 세부 평가 내용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노력과 성과' 항목이 포함됐다.
직무 중심 보수체계와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 등 관련 규정에 따른 북리후생 제도 운영 여부 등도 주요 점검 사항 가운데 하나였다.
아울러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 중소벤처기업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주요 사업 정책에 대한 성과 창출 여부 등도 들여다봤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공공기관의 정책 대응 노력과 성과도 평가했다.
기재부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공공기관 경영실적이 영향을 받은 점을 감안해 관련 실적 변동 등에 미친 코로나19의 영향을 합리적으로 보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점수 집계 오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이번에는 경영평가단과는 별도의 검증 체계를 적용했다.
먼저 경영평가 수행 경험이 풍부한 교수와 회계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평가검증단을 따로 꾸렸다. 여기서는 점수 집계 등 평가 과정에서 오류 여부 등을 살펴보게 된다.
이후에는 기재부, 조세연 공공기관연구센터 및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평가검증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이를 확인하는 구조다. 평가 결과 발표 전에 공공기관에 평가지표별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확인, 이의제기 할 수 있는 절차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에서
새 정부에서는 최근 공공기관 경영 여건 변화, 정책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해 경영평가 제도가 전면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가치 중심 지표 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대신 재무성과 지표 배점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기관 주요 사업 지표는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산업진흥·서비스 등으로 유형을 세분화해 비슷한 지표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경영평가에 따른 등급 산정과 성과급 지급 방식도 재검토한다. 기능·인력 조정과 민간 지원 등 공공기관 혁신 노력 성과를 핵심지표로 설정하고, 그 개선도를 성과급에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7~8월 민관 합동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는 '2022년도 경영평가편람'과 '2023년도 경영평가편람'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최 차관은 "경영평가제도 전면 개편과 별도로 새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된 공공기관 혁신 추진 전략을 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확정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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