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을 넘어섰던 코인이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된 '루나 사태' 이후 국내 코인 거래소들이 가상자산 투자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을 일제히 공지했다. 루나 급락 사태를 인지한 뒤 이 주가량 지난 뒤에야 올라온 공지사항이다.
2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가산자상거래소들은 지난 20일 오후 일제히 '가상 자산 거래에 관한 위험 고지'에 대한 공지사항을 올렸다. 일부 거래소들은 사이트나 앱 접속 시 팝업화면으로 공지사항을 띄워 투자자들이 바로 해당 공지를 인지할 수 있게 해놨다.
◆루나 급락 2주 지나서야 "가상자산 가치 보장 안 해" 공지 올려
거래소들의 공지는 모두 동일한 내용이다. 공지사항은 "가상자산은 법정화폐가 아니므로 특정 주체가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가상자산은 365일 24시간 전 세계에서 거래되며, 시장의 수요 및 공급, 각 가상자산의 정책, 국가별 법령 및 제도, 네트워크 상황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격한 시세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 폭에 제한이 없으므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며 "가상자산은 초고위험 상품으로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우선되는 만큼 가상자산의 정보를 백서 또는 평가보고서 등을 통해 충분히 확인한 후에 신중히 투자 결정하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루나사태와 관련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거래소를 통해 투자유의를 안내하는 방안을 강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전 세계적으로 루나와 테라USD(UST)가 폭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폭락세가 연일 이어지자 국내 거래소들은 루나를 투자유의 자산으로 지정하고 코빗, 코인원, 빗썸 등은 10일~11일 등에 걸쳐, 업비트에서는 이보다 늦은 13일에 입출금을 일정 기간 중단할 것을 공지했다.
하지만 거래소별로 조치가 제각각인데다가 입금을 일시적으로만 제한해 루나는 '상폐빔'(상장폐지를 앞두고 가상자산의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을 노린 투기성 투자자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인 거래소들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보다는 수수료 장사를 위해 늑장 대응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루나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13일에는 17~18만명으로 추산됐으나 지난 15일에는 28만명으로 집계돼 큰 폭으로 늘었다. 또 이달 초 루나 사태가 터진 후 일주일간 업비트와 빗썸이 루나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만 최소 8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제각각 대응에 피해 확산되자 금융위 "투자자 보호 요청"
거래소들의 늑장 대응에 루나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자 지난 17일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루나 사태와 관련해 "가상자산 거래업자 등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각별히 유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향에 대해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을 다루는 법령은 특별정보이용법(특금법) 뿐으로 이마저도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 방지 내용이 대부분이다. 가상자산 투자에 있어 감독 또는 검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에 거래소를 통한 투자 주의보를 발령한 것이다.
이날 코인 거래소들은 각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에 연동된 코인 목록도 유의사항과 함께 공지했다. 각 거래소에 상장된 스테이블 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에 연동된 암호화폐는 ▲업비트 13개 ▲빗썸 10개 ▲코인원은 11개 ▲코빗 6개 등이다.
◆상장 시 루나 위험성 언급 없어…거래소 상장·상폐 기준 비판 이어져
테라-루나 급락으로 국내 거래소 고팍스는 16일, 업비트는 지난 20일 루나에 대한 거래지원을 모두 종료했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해당 코인을 상장폐지 시킨 것이다. 빗썸도 오는 27일 루나를 상폐한다.
일각에서는 루나-테라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의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의 모호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빗썸이 지난 2019년 게재한 '루나(LUNA) 상장 검토 보고서'를 살펴보면 일부 거래소에서는 루나와 테라USD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만 있을 뿐 두 자매코인의 알고리즘에 대한 평가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기재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다 매우 제한돼 있는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거래소별 불투명한 기준과 심사 결과를 비공개하는 행태가 부실 코인의 상장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무리하게 새로운 코인을 상장하기보다 '제2의 루나 사태'를 일으킬 코인이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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