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개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으로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피해자 구제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사태의 중심의 있는 권도형 대표에 대한 처벌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16일 오후 3시 기준 코인마켓캡에에서 루나(LUNA)는 0.310원을 기록했다. 미국 달러와 1대 1로 페깅(고정)돼 1달러를 유지해야 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는 0.177달러를 기록했다. 루나는 불과 지난 6일까지만 해도 가격이 10만원이 넘어가던 코인이었다. 테라USD 역시 1달러를 잘 유지해왔었으나 같은 날 페깅 시스템이 붕괴하며 급락하기 시작했다.
UST는 미국 달러화에 일대일로 고정돼 1달러를 유지하도록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UST의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를 팔아 UST를 사들여 달러화와의 가치 고정을 유지한다. UST의 가격이 1달러보다 높아질 때는 이를 반대로 해 가격을 유지하게끔 돼 있다. UST는 이런 방식으로 미국 달러와 1대1로 유지될 수 있었으나 UST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이 일어나면서 루나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를 하는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테라-루나, 피해 규모 막대하지만…정부 "개입 근거 없어"
이로 인해 지난달 기준 시가총액 50조원을 기록했던 루나가 2조원으로 시총이 줄어들게 되며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에서는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에서는 특정금융정보이용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를 규제 중인데,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법안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약관 중 불공정한 부분이 있는지만 볼 수 있을 뿐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소관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4곳에서만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 수가 17만명이 넘는다. 피해자 수도 많고 피해 규모도 상당하지만 정부 차원의 구제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테라폼랩스 법인이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한 부분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모든 부처가 손 놓고 있는 건 대한민국 정부의 직무유기로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기죄 성립 위해선 알고리즘 문제 사전 인지 여부가 관건
법조계는 국내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전혀 없다는 점을 루나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꼬집었다. 특금법에서는 자금세탁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주식시장과 같이 세부적인 규정이 없어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코인 시장은 시세 조작이나 내부자 거래 정황이 있어도 당국의 규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박주현 법률사무소 황금률 대표변호사 겸 대한 변호사 협회 IT 블록체인 부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있어 사기죄 성립 여부의 관건은 테라-루나 간 알고리즘이 붕괴할 수 있는 점을 테라폼랩스가 인지했는지가 핵심"이라면서 "단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테라폼랩스 등 해당 법인이나 관계자가 루나와 테라USD의 폭락을 예견한 특수한 정황들이 포착된다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지난 2018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는 블록체인 테라를 개발해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축 암호화폐로 테라USD(UST) 스테이블 코인과 루나(LUNA)코인을 만들었다. 권 대표는 대원외고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서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으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 등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내 발명품이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 커뮤니티 아고라에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을 제안했지만, 업계의 비판만 받고 있다. 도지코인을 만든 빌리 마커스는 권 대표에 "새로운 희망자를 만들지 말고 영원히 업계를 떠나라"고 했으며, 바이낸스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도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은 이뤄질 수 없다.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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