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은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이었다. 부활절은 해마다 날짜가 일정하지 않은데, 춘분이 지나고 만월(滿月)이 지난 첫 번째 주일을 '부활주일'로 지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독교계에서는 금년 부활절 연합예배를 삼분(三分)되어 각각 따로 드리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독교에서는 3월 31일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17개 교단이 참여하여 조직한 '한국교회부활절준비위원회'의 주관으로 부활절 연합예배가 새문안교회에서 드려졌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연합예배를 드렸다. 그런가 하면 예장연(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도 햇빛중앙교회에서 따로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문제는 기독교의 부활절 연합예배에 대하여 일반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신에 천주교의 부활절 예배에 대한 것만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우선 신문의 경우를 살펴보자. (가나다순) 경향신문은 4월 1일자에서 명동성당의 부활절 예배를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사진보도하고 있다. 또 교황이 한반도의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부활절 이전인 3월 30일자에서도 교황이 여성의 발을 씻어주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4월 1일자에서 '소녀의 기도?.. 명동성당 부활절 미사'라는 제목의 사진 보도를 하고 있고, 3월 31일에는 '교황 온 세상에 평화를...한반도에 화해'라는 제목으로 역시 천주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3월 28일자에서 '기독교, 최대축일 부활절 맞아 미사·예배 잇따라'라는 제목으로 기독교와 천주교의 부활절 행사를 동시에 소개하고 있다. 그 전인 27일에는 기독교의 '계란형 전구 장식 부활절 트리...'라는 제목의 이색적인 기사도 실었다.
서울신문도 4월 1일자에서 부활절 관련 보도를 하고 있지만, '교황의 첫 부활절 미사'와 '한반도에 평화'라는 교황 메시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천주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보도에서, 천주교의 '찾아가는 미사'를 부각시키고, 기독교는 '봉사하는 부활절'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3월 29일에는 교황이 소년원 재소자 12명의 발을 씻어준 것을 보도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4월 1일자에서 교황의 낮춰 기도하는 모습의 사진을 1면에 게재하고 있고, 18면에서는 '교황,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 있기를, 부활절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역시 천주교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겨레도 부활절 관련 보도를 여러 건 하고 있지만, 역시 천주교에 집중하여 보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겨레는 4월 1일자에서 교황의 부활절 미사를 보도하면서 '세계에 평화를, 한반도에 평화를'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또 교황이 집전하는 부활절 미사가 짧아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신문은 3월 30일에도 부활절 관련 보도를 하면서, '낮은 곳에 임하는 교황 프란치스코 무슬림·여성 등에 사상 첫 세족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 신문은 다만 3월 27일자에서 NCCK의 부활절 메시지와 교회의 '나눔 행사'를 간략하게 보도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2건을 보도하고 있는데, 3월 30일에 '교황 첫 여성 세례식'을 보도하고 있고, 4월 1일자에서는 '부활절 미사 세계에 평화를'이라는 사진보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3월 31일 인터넷 판에서만 천주교와 기독교의 부활절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경제지인 한국경제도 4월 1일자에서 '교황 한반도에 평화를'이란 제목의 사진 보도만 하고 있다.
한편 지상파 방송들도 부활절과 관련하여 천주교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KBS는 4월 1일 '뉴스광장'에서는 교황이 부활절 미사를 집전했고, '한반도 평화·화해 기원'이란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또 '뉴스930'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역시 MBC도 같은 날 '뉴스투데이'와 '생활뉴스'를 통해 교황의 부활절 미사만을 전하고 있다. SBS 역시 3월 30일 '나이트라인'에서 교황이 여성과 이슬람 신자에게 세족식을 했다는 것과 4월 1일 '출발모닝와이드'에서 멕시코의 이색적인 부활절 축제를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극히 일부 언론을 빼고는, 2013년 언론의 부활절 보도에서 기독교의 부활절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는 기독교의 존재감이 세인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가?
한국인의 1/4이나 되는 1,000만 명의 국민들이 믿는 종교에 대하여 언론들이 등한히 하는 것도 매우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한국교회가 먼저 져야 한다. 한국교회는 일찍부터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하여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그래서 해방 후인 1947년 남산에서 부활절예배를 연합으로 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줄곧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를 따지지 않고 연합으로 예배드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교회 연합의 상징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6년 NCCK와 한기총이 부활절연합예배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잘 되어가는 듯 했지만, 지금은 연합예배의 형태도 약화되고, 오히려 교회분열 현상만 드러내고 말았다. 이런 모습이 일반 언론에서조차 기독교의 부활절 예배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1,000만 명이나 되는 국민들이 믿는 종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렇듯 냉담해진 것은 기독교에 대하여 시사(時事)하는 바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한국교회의 일치된 모습, 부활절 연합예배만큼이라도 과거처럼,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리라 본다. 예배조차 하나로 드리지 못하면서, 당신의 몸을 찢고, 피를 흘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무슨 변명이 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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