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기독교인들은 부활주일임에도 기쁨의 찬 나팔 소리도 예수의 다시 사심을 알리는 힘찬 북소리도 낼 수 없었다.
시리아는 중동에서 오랫동안 종교적으로 가장 자유스러운 지역 중 하나였지만 내전으로 인해 상황이 급변했다.
내전이 3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반군 내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득세로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빈도가 크게 늘고 있다. 이집트와 이라크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주해온 기독교인들도 다시 시리아를 떠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전하는 부활절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모습은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철문으로 막힌 뜰에서 소수의 성도들만 모인 채 예배가 이루어졌고, 드럼이나 트럼펫 등 악기는 사용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박격포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예배 중에서도 곳곳에서는 총성 소리가 울려퍼졌다.
IHT는 기독교인 대다수는 원래 관대했던 시리아 무슬림들이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외국 종파주의 세력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소수종교들이 공존해왔던 시리아에서는 그동안 금전을 노린 납치는 있어도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독교인들을 공격하지 않았었다.
시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 가운데 하나다. 전체 인구의 10%가 기독교인으로, 그 규모가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열여섯 살 소녀 낸시는 IHT와 인터뷰에서 "서로 다른 종교가 공존해온 우리의 생활 방식에 반대하는 외부인들이 있다"며 "시리아를 분열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종파주의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들은 다른 종파와 기독교를 갈라놓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신학생인 바샤르 일리아는 "중동의 기독교인들은 유일하게 시리아에 남아있다"며 "이들마저 사라지면 기독교는 뿌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