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검찰총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차기 대법원장 인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청와대는 이용훈(70.고등고시 사법과 15회) 대법원장이 다음 달 24일로 임기(6년)를 마치는 만큼 청문과 국회 동의 절차 등에 필요한 일정을 참작, 오는 19일을 전후해 향후 6년간 사법부를 이끌어갈 차기 수장을 내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애초 전·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재야 변호사까지 포함해 8~9명까지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던 대법원장 후보군은 지명 시기가 임박함에 따라 현직 대법관 2명과 전직 대법관 1명 등 사실상 3명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차기 대법원장 후보는 박일환(60.경북.사법연수원 5기)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차한성(57.경북.7기) 대법관, 양승태(63.부산.2기) 전 대법관이다.
이들 후보는 정치·이념적 성향에서 한결같이 `중도보수 또는 보수'로 평가되며, 재판 실무에 밝을 뿐 아니라 사법행정에 일가견이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박 처장은 합리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법원 안팎의 신망이 두텁고 2년 넘게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해 사법정책의 연속성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박 처장은 현 정권 연고지인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돼 최근 법조계 일각에서는 `낙점만 남았다'는 내정설까지 나돌았다.
매끄러운 재판진행과 원칙론에 입각한 판결, 꼼꼼한 실무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정통 법관의 맥을 잇는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법원 내부적으로는 `영국신사'로도 통한다.
박 처장의 경북고 3년 후배인 차 대법관은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법관으로 강한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히며, 법리 분석이 치밀하고 행정 실무에도 뛰어나 `문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파산재판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용불량자 구제제도를 본궤도에 올려놨으며,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에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굵직한 사법 현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두 대법관에게는 `지역편중 인사'라는 야권 등의 비판이 따라붙을 공산이 크다. 또 박 처장은 현 정권과의 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중용했던 인사라는 점이 다소 걸리는 대목이라는 말도 없지 않다.
차 대법관은 연륜이 낮아 이번보다는 `차차기' 수장감으로 더 적합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 2월 6년 임기를 마친 양 전 대법관은 2009~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하고 온건하고 안정지향적인 판결로 보수성향이 뚜렷해 이명박 정부의 `코드'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풍부한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 덕분에 후배 법관들 사이에서 `사법행정의 달인'으로 통하며, 호감을 주는 성격과 원만한 대인관계, 합리적이고 공정한 업무처리로 주위의 신망이 두텁다.
양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히말라야와 로키산맥 트레킹을 위해 현재까지 해외 체류 중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에서는 `고사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여전히 유력 후보 물망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목영준(56.서울.경기고.10기) 헌법재판관과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을 받은 손지열(64.대구.경기고.사법시험 9회) 전 대법관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목 재판관은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으로 법조계 안팎의 신망이 두터운 편이지만 헌법재판관 출신이 대법원장에 올랐던 전례가 없어 법원의 오랜 관행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손 전 대법관은 6년 전에도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의 실력을 겸비했으나 대형 로펌(김앤장)에 오랫동안 근무해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김용담(64.서울.1기) 전 대법관과 김능환(60.충북.7기) 대법관 등도 잠재적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대법원장 후보 `3파전' 윤곽
법조계 "박일환·차한성·양승태 각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