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

연방대법원이 이틀에 걸쳐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는 동성결혼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닌 "때"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판결의 키는 보수 쪽인 2명,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존 로버츠 판사가 대법원장으로, 2006년 새뮤얼 엘리토 판사가 대법관으로 연방대법원에 입성한 이후, 연방대법원은 낙태, 선거자금법, 어퍼머티브 액션 등에 있어서 강경한 보수 입장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려 왔다. 4명의 진보주의 법관이 있었지만 보수주의의 독주를 견제하는 수준이었지 제약하는 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오바마케어와 이민법 위헌 판결에서 흐름이 급역전됐다. 다름 아니라 로버츠 대법원장 중심으로 대법원이 진보의 편에 선 것이다.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로버츠 대법원장은 기독교 복음주의의 지지를 받는 보수주의자로 인식되어 왔으나 그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그는 어느 편에 손을 들어 줄 것인가? 보수주의로부터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는 그이지만 온건 보수주의적 그의 신념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다만 그의 사촌 여동생이 동성애자이기에 이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긴 한다. 대표적 보수주의자인 롭 포트만 상원의원도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후, 동성결혼 지지자로 돌아섰다.

또 한 명은 연방대법원의 스윙보터로 잘 알려진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이다. 그 역시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주의자다. 그는 5대 4 등 한 표 차이로 의견이 갈릴 때마다 스윙보터 역할을 해 언론이 언제나 주목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연방대법원으로 동성결혼 논쟁이 올라간다면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 할 인물이 케네디 대법관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돌았다. 그는 보수주의임에도 불구하고 1996년 콜로라도 주 법이 동성애자의 권리를 제한하자 이를 무효로 판결하기도 해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눈독을 들일 만하다.

그러나 그는 26일 심리를 마친 후 "동성결혼에 대해 판단하기엔 사회학적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즉, 아직 캘리포니아의 주 법인 프로포지션8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판결할 때가 아니란 뜻이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4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동성결혼자들에게 양육되고 있고 그 어린이들은 자신의 양육자들이 부부로서의 지위를 누리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2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전통적 결혼과 고작 수 년에 달하는 동성결혼을 비교해 판단하기엔 지금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적 성향의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도 "휴대폰이나 인터넷보다도 역사가 짧은 법의 효과를 평가하기엔 무리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진보 성향의 소냐 소토메이어 대법관도 "현재 각 주와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검증하고 있는 단계에서 이것을 우리가 왜 지금 판단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성결혼자들의 소위 인권에 대해 동정하는 대법관들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두고 각종 논란이 일고 있는 주에서 이를 명확히 규정해 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나서고 있다.

세간의 예측대로 동성결혼 금지가 "수정헌법을 침해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금 판단을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스스로 사건을 선별할 권한을 지닌 독특한 법정이다. 사법적 심사를 받고자 하는 당사자가 심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것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연방대법원의 자유다. 연방대법원은 한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전에 구두변론이라는 특별한 과정을 거친다. 이 시간은 대략 1시간이며 양측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뿐 아니라 대법관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충실히 답해야 한다.

대법원장이 먼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나면 대법관 경력 순으로 발언하고 결론을 내린다. 이런 점에서는 로버츠 대법원장의 역할이 막대하다. 보수주의자이지만 동성애 가족을 둔 그는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가? 그 다음 발언자인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 후엔 바로 스윙보터이자 25년 대법관 경력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발언권을 쥐고 있다. 보수주의자이지만 동성결혼자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었던 그, 그러나 여전히 시기상조 입장을 가진 그의 입에 동성결혼 찬반양측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이제 연방대법원과 이곳 주위를 둘러싼 수천명의 찬반 양측 시위자들은 27일 연방결혼보호법에 관한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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