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21곳을 선정하면서 민간 정비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2015년 이후 민간 재개발구역 지정이 단 한건도 없었던 만큼 공급이 막힌 서울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늘겠지만 자칫 어렵게 잡은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 공모에 참여한 102곳 중 최종 21곳이 최종적으로 민간재개발 대상지로 선정됐다.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용산구 청파2구역, 송파구 마천5구역, 강동구 천호A 1-2구역 등 자치구별로 1곳씩 뽑혔다. 서초구는 신청서를 내지 않았고 강남구와 광진구, 중구는 요건에 맞지 않거나 주민 갈등이 있어 후보지 선정에서 제외했다.
민간이 정비사업을 주도하지만 서울시가 초기 단계부터 계획안을 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하는 신통기획에 시장의 기대는 크다. 신통기획이 적용되면 통상 5년가량 걸리는 도시계획결정이 2년으로 단축된다.
정부의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여해 사업을 진행한다면,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체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개발 속도를 줄이되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라 강남구 압구정3구역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신천동 장미1·2·3차 등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5년 '2025년 서울시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을 내놓은 이래 재개발 구역 지정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번 사업지 선정으로 약 2만5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서울에서 대량의 주택공급이 가능한 유일한 방안이 재개발·재건축"이라며 "투명성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정비사업에 공공이 참여함으로써 시장의 문제를 공급을 통해 풀겠다는 접근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개발 붐에 겨우 눌러놓은 집값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도 이 같은 우려에 후보지 결정과 함께 투기방지대책을 동시에 가동했다. 투기수요가 투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재개발 후보지 21곳, 1256.197㎡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더불어 이번에 공모에 참여했지만 탈락한 구역과 향후 공모를 신청하는 구역에 대해서도 건축허가 제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비사업 기간 동안 기존 주택이 멸실해 주민들이 임시 거주지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 지역이 한꺼번에 개발되면 전세시장도 자극할 수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정비사업은 소요되는 기간이 적지 않은 만큼 신통기획도 장기추진방안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이주수요 등도 당장의 문제가 될 수 있어 한번에 빨리 진행하기보다는 시간을 길게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면 단기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전셋값도 급등할 여지가 있다"며 "재개발·재건축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지역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어 무조건 빠르게 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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