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바마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는 미국 내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이는 영향력 있는 의료 지도자들 대부분이 크리스천으로 낙태를 적극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의료 지도자들의 머리와 가슴을 움직인 한 교회의 노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바로 알라바마 버밍햄 소재 브라이어우드장로교회(담임 해리 L. 리더 목사)다.
브라이어우드장로교회는 복음주의 개혁신앙을 지켜오고 있는 PCA 교단의 모체가 교회로 교단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매년 교회 재활성화 컨퍼런스를 통해 침체된 교회들을 돕고 있다. 또 교회 예산의 50%를 선교를 위해 사용하며 65개국 225가정과 미국내 145가정을 파송, 국내외 선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교회는 어떤 비전을 갖고 선교에 힘쓰고 있을까. 선교 비전을 나누기 위해 브라이어우드장로교회를 방문한 글로벌리폼드신학대학원(GRS) 원장 김은수 목사와 신정호 목사, 선교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 한밭제일장로교회 정광용 부목사를 동행취재 했다.
추적 추적 내리는 비와 세찬 바람으로 제법 쌀쌀함이 느껴지던 지난 26일(화) 오전 9시, 알라바마행 차에 몸을 실었다. 3시간에 걸쳐 도착한 교회 앞에서 대만 일심교회 김기문 선교사 가족을 만났다. "담임 해리 리더 목사의 저서 <다시 불길로 타우르게 하라>를 읽고 감명받아 이 교회를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는 김기문 선교사는 "마치 꿈을 꾸는 듯 하다.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이렇게 꼭 만나게 하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교회에 들어가자 선교담당목사이자 GRS 이사장인 토마스 췰리 박사가 일행을 반겼다. 서로를 소개하고 함께 기도한 후 교회 건물을 둘러봤다. 교회 한 켠에는 초등학교가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는 현재 1,995명의 학생들이 재학중이며, 지역 사회에서 명문으로 꼽힌다.
성가대실에 도착해 보니 클래이 캠벌 음악 목사가 일행을 반겼다. 캠벌 목사에 따르면 성가대실은 예배당 성가대석과 동일한 모양으로 만들어 성가대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찬양을 드릴 수 있도록 꾸몄다. 캠벌 목사는 교회 성가대가 알라바마 심포니와도 함께 연주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음반을 선물했다.
예배당은 1층 2000석과 2층 1000석을 합쳐 총 3000석 규모의 전통 교회의 모습이었다. 예배당에는 교회가 선교하고 있는 국가들이 국기를 걸어놓아 성도들이 선교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한국의 태극기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예배당 앞으로 나서자 교회를 개척한 프랭크 모어해드 바커 Jr. 목사의 초상화가 한 켠에 걸려 있었다. 췰리 목사는 이곳에서 바커 목사의 교회 개척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국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도 참가했던 바커 목사는 신학교 2학년을 다니기까지 사실상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당시 채플린은 바커 목사에게 "너는 기독교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 바커 목사는 채플린의 말에 "그건 사실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마틴 루터의 책을 읽을 때 그가 나에게 말해 주었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채플린은 로마서와 루터의 주석을 읽어주며 성경을 강해했고 바커 목사는 그곳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다.
그 후 1년이 지난 시점. 노회에서는 이 지역에 교회를 세우기 원했고 바커 목사에게 도울 것을 요청했다. 바커 목사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했고 많은 이들이 성경공부를 요청했다. 사람이 많아지자 바커 목사는 "내가 당신을 화요일에 가르칠 테니 당신이 목요일에 성경을 가르치라"고 권면했고 점차 그 인원이 늘어났다. 브라이어우드장로교회는 1960년 창립됐고 미국의 굵직한 목회자들이 바커 목사를 멘토로 삼고 있다. 지금도 바커 목사의 집에서는 매주 목요일 성경공부가 있으며 토요일 아침 새벽기도가 드려진다.
예배당을 뒤로하고 길을 지나다 보니 눈의 띄는 돌탑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교회가 희년의 해 인 50주년을 기념에 쌓은 돌탑이었다. 교회는 50주년 되는 해에 한 주에 한 개의 돌을 쌓았다. 자신의 아이디어였다고 웃음을 지어 보인 췰리 목사는 "구약을 보면 돌을 쌓으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아이들이 이 돌탑을 보며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알게 하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에는 과거 교회의 한국어 예배가 드려졌으며 현재 일본어 예배를 드려지고 있는 소규모 예배당이 있었다. 한국어 예배는 현재 다른 건물로 위치를 옮겼다. 20년 전, 브라이어우드장로교회에서 한국어와 일본어 예배를 개척하고 섬겼던 김은수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미국 교회 내에서 소수민족 예배를 드리며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교회 도서관과 서점이었다. 이곳 도서관에는 교회 초창기부터의 거의 모든 설교가 저장되어 있다. 서점에는 바커 목사의 설교들을 모아 만든 40여권이 넘는 강해 설교집이 판매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건물 투어를 마친 후 토마스 췰리 목사로부터 교회 사역 전반에 걸친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사역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들을 듣고 싶었지만 그 내용이 워낙 방대해 간단한 내용만을 소개한다.
브라이어우드장로교회는 사역은 크게 교회 내 사역과 교회 외 사역으로 구분된다. 교회 내에는 가정사역, 예배, 전도, 교육, 학교, 심방, 목양 등 161개 사역분야가 있으며 교회 외 사역은 의료인, 기업인 등 전문인을 비롯해 타주에서 온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각 커뮤니티를 대상으로한 사역이 이뤄진다.
교회는 정책적으로 들어오는 헌금의 50%를 교회 밖으로 내보낸다. 해외선교에는 연 210만불, 국내선교에는 100만불이 사용된다.
인상 깊었던 한가지는 교회는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사역에 있어 절대 브라이어우드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췰리 목사는 "전도대상자들이 교회 멤버가 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의료사회의 경우 유대인들이 컨트롤을 많이 한다. 만약 브라이어우드를 강조한다면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우리는 철저하게 복음만을 전할 뿐 브라이어우드를 말하지 않는다. 알라바마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는데 이는 의료지도자들을 복음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기독교 학교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역을 하는데 있어 담임 해리 리더 목사는 철저하게 비저너리(Visionary) 역할을 담당한다. 췰리 목사는 "인구 60억을 혼자 다 전도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명이 하루에 한 사람씩을 전도한다면 단 42일이 걸린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담임 목사는 각 분야의 비전을 제시하고 일은 스텝들이 하도록 한다. 해리 리더 담임목사와 17년을 함께 했는데 내게 요구한 것은 단 두가지였다. 한가지는 '당신 일을 잘 하라'는 것이였고 다른 한가지는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을 데리고 오라'였다. 때론 그가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도 있지만 담당자의 반응이 없으면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짧지만 인상 깊었던 교회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동행한 정광용 목사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한국과 미국교회의 시스템이 많이 틀린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을 당장 한국교회에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교회가 가져야 할 방향성에 대해 많은 도움이 됐다. 기존의 틀에 또 다른 틀을 하나 더 덧붙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본지는 브라이어우드장로교회의 사역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부분들을 추후 연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