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White House/Lawrence Jackson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공급 확대의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코로나19 백신의 복제약 생산이 가능한 국내 제약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원자재 수급 문제가 동시에 해결 안 되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구조계획’ 이행 상황 연설 후 취재진 문답에서 미국이 WTO의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백신의 특허 등 지재권 보호를 유예하는 방안은 백신 부족 사태의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이는 제약사가 특허권 행사를 포기하고 다른 나라의 복제약(제네릭) 생산을 허용하는 구상이다. 다른 제약사들은 지재권 침해로 고소당할 걱정 없이 제네릭을 만들어 국산화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백신으론 화이자·모더나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노바백스의 합성항원 백신, 얀센의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백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제네릭을 만들기 위해선 현재 관련 제조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mRNA 백신의 경우 국내에선 한미약품, 에스티팜 등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평택 공장은 연간 10억 도즈(1도즈=1회 접종량) 생산할 수 있어 국내 기업 중 mRNA 생산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에스티팜은 이달 중간급(mid-scale) 규모 mRNA 생산 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완공되면 화이자 백신을 예로 들 때 연간 240만 도즈까지 생산할 수 있다. 추후 1억2000만도즈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도 국내에서 임상시험용 mRNA 백신 등을 제조하는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두 회사는 모두 원액 생산 중심이다. 한미약품은 완제공정(생산된 백신 용액을 바이알·주사기에 충진하는 과정)까지 가능하긴 하지만 원액 생산의 CAPA(생산능력)가 훨씬 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장 원액부터 완제까지, 즉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이 국내엔 없어 특허가 풀린다고 해도 바로 mRNA 백신을 생산하긴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 지재권이 풀린다고 해도 백신 제조에 필요한 모든 특허가 공개되는 건 아니어서 사실상 동일한 백신을 제조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합성항원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이전을 받았다. 미국, 유럽 등에서 승인이 나면 상업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SK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위탁 생산(CMO)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1공장에 연간 1~2억 도즈 생산 가능한 동물세포 라인(2000ℓ)을 증설 중이어서 8월부터 합성항원 백신 생산이 가능하나, 자체 백신의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는 기존에 독감백신을 생산하던 바이러스 벡터 제조 설비와 수두백신 등을 만드는 세포 배양 방식의 생산 설비·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CMO로 유명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현재로선 백신 기반 시설이 없다. 항체치료제 위주 사업을 영위한다.

◈국내 제약사들 "예의주시…원자재 수급 동시 해결돼야 실효"

국내 제약사들은 지재권 유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재권이 면제되더라도 전 세계적인 원료 부족 문제와 미국의 수출 규제가 동시에 해결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언급이 나온 건 고무적이지만 지재권이 풀려도 원자재가 수급돼야 하는데 현재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올해 2월 초 미국의 수출규제 행정명령으로 원자재 수출도 규제되는 상황에서 수급과 지재권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실질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허 공개 및 면제 범위를 정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공개 범위와 유예기간, 면제 범위 등이 정해져야 복제약 생산 여부를 정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합성항원 백신은 면역증강제가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면역증강제도 지재권 면제가 되느냐 문제가 따른다. 현재 단계에선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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