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률 70%를 달성해도 집단면역 달성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토착화되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처럼 주기적으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봤다.
백신 예방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면역 실체·설명 없어…접종률 70% 도달해도 바이러스 안 사라져"
오명돈 중앙임상위 위원장은 3일 오전 국립중앙의료원 미 공병단 신축부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접종률 70%에 도달한다고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거리두기가 종료되는 일은 저절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전 인구의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쳐 면역력을 확보하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집단면역의 실체는 뭔지, 그 목표를 달성하면 국민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위원장은 '많은 국민들은 집단면역에 도달하면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가 종료하고, 세계 여행도 격리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믿고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겠지만, 접종률 70%에 도달한다고 바이러스가 사라지거나 거리두기 종료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집단면역 70%는 이론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R0)가 3이라는 학술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한 사람의 감염자가 3명, 그다음에 9명으로 거듭 증가하는 현상을 막으려면 3명 중 최소 2명(68%) 이상이 면역을 가지면 환자 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오 위원장은 집단면역 이론의 기본이 되는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 '3'이 과연 확정된 숫자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바이러스 전파를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접촉 기회, 모임의 크기와 행위 등 패턴은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에 0.7~6.3까지 큰 범위에 걸쳐 있다"라며 "그런데도 재생산지수 3과 집단면역 70% 수치가 아무런 의심 없이 불변의 진리처럼 통용됐다"라고 우려했다.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은 전 국민 중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을 하고 있다. 성인 백신 접종률을 90%로 가정해도 전체 인구의 백신 접종률은 76.5%다. 여기에 백신 감염 예방효과가 95%라고 가정하면 인구의 75%가 면역을 갖게 돼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문제는 백신 가운데 감염 예방효과가 95% 이상인 백신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백신 효과는 백신 접종자 본인에게 나타나는 발병 예방효과를 말한다"라며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면역은 발병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2차 감염 예방효과다. 통상 감염 예방효과는 발병 예방효과보다 더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이 제시한 영국의 2차 감염 예방효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1회 접종 시 가족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예방효과는 대략 40~50%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설령 집단면역에 도달하더라도 감염 확산 위험이 곧바로 제로(0)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섣불리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유행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고령층과 고위험군은 집단면역 달성 이후에도 계속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과학자도 코로나19의 토착화 가능성 점쳐
전문가들은 집단감염이 달성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근절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오 위원장은 국제적 학술치 네이처가 23개국 과학자 11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토착 가능성을 질문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 결과 89%가 '그렇다'라고 답한 데 비해 이보다 절반 이상 낮은 39%는 '근절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바이러스 근절이 힘들다고 보는 이유로는 ▲약해지는 면역력 ▲면역 회피 바이러스 출현 ▲접종 후 2차 감염 차단 ▲백신 접종률 ▲자연계 바이러스 숙주 등 다섯 가지를 지목했다.
오 위원장은 "면역 지속기간은 실험실 연구에서 적어도 6개월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65세 이상 고령자는 면역력이 약해 감염 예방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백신을 맞았음에도 감염되는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에 대해선 "어느 한 나라가 집단면역에 도달해도 주변국에서 그렇지 못하면 결국 변이가 유입돼 발생할 수 있다"라며 "백신 접종 선두 달리는 이스라엘도 최근 인도 변이 주가 발견돼 오늘부터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국 입국자를 14일간 격리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동물 숙주에 대해선 "우한에서 출발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모두 없애도 동물 숙주에서 사람에게 넘어오는 일이 어디에선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코로나21, 코로나22를 겪게 될 수 있다"라며 "이 같은 학술적 근거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전략, 바이러스 근절 아닌 피해 최소화 중점 둬야"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전략이 피해 최소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중증, 사망을 막을 수 있고 경증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은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우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근절하자고 모든 사람에게 독감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 고위험군에게만 접종하더라도 중환자 발생이나 사망을 막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토착화돼 우리는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결국 독감처럼 매년 코로나19 백신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과학적 예측에 근거한 백신 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이 목표가 아니라 중증 환자와 사망을 줄이는 피해 최소화에 중점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위원장은 백신 접종을 어느 정도 마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과 백신 접종 이후 중증 위험도 및 전파 위험성 감소 경향에 주목했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백신 접종 완료자는 야외 활동을 하거나 작은 모임, 카페 등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는 "그간 많은 논의가 개인 수준이 아닌 사회, 국가 단위에서만 이뤄졌다"라며 "집단면역 도달 전이라도 개인 수준에서 어떤 활동이 안전한지를 정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오 위원장은 백신 예약자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문제에 대해 "자치구나 강남, 강북지역처럼 넓은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등록·예약 시스템을 갖춰야 해결이 된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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