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와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아이를 목욕시키고,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을 함께 가지고 놀았다. 검지를 치켜세우며 '한 번 더!'를 강조하는 아이를 마주 보며 말했다.
"밖은 깜깜해, 이제 잘 준비해야지?"
엄마 옆에서 한참 뒤척거리다가 잠든 아이를 보고 유튜브 앱을 켰다. 마침 이날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필자의 육아 에세이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가 단편영화로 제작돼 OBS 시사 다큐멘터리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날이었다.
필자가 직접 제작하고 인터뷰도 함께 한 단편 영화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가 방영되는 내내, 지난날 아이를 통해 겪은 여러 감정과 시간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다.
자정에 방송되어 본방송을 챙겨 보는 분들이 계실까 싶었는데, 방송 중간마다 '방송 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로 인증사진을 보내주신 시청자들이 계셨다. 밤늦게까지 방송을 함께 보며 아이가 예쁘다며 이렇게 훌륭한 엄마를 만났기 때문에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겠다는 기대가 섞인 메시지로 응원해 주신 분들도 있었다. 밀려오는 졸음을 참아가며 본 보람이 있었고, 또 고마웠다.
방송 중에 '아이가 엄마 아빠의 장애를 깨닫는 과정에서 받을 상처가 충분히 짐작되지만, 그것을 훌훌 털어내고 못 듣지만, 더 잘 보는 엄마 아빠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나의 얼굴이 담담해 보였다. 방송에 비친 내 모습이 아이를 사랑하며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안 보이는 것이 아닐까 조금 걱정되었지만,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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