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청각장애인)은 뒤돌아서 있을 때, 자신을 부르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농인을 어떻게 호출할 수 있을까?
워킹맘으로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는 필자에게 감동적인 일이 하나 생겼다. 집 안에서의 일이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아들 예준이를 목욕시키고 나서 간식을 챙겨 줬다. 혼자서 간식을 잘 먹고 있는 걸 확인하고 씻고 있는데, 갑자기 욕실의 전등이 꺼졌다. 뭐지? 하고 뒤돌아보니 예준이가 열린 문틈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네가 불을 껐어? (손으로 깜빡깜빡)"
"엄마~ 엄마~"
"(다급한 목소리로) 알았어~ 알았어~"
채 헹궈지지 않은 폼클렌징 거품을 수건으로 마저 닦으며 나와 보니 예준이는 간식이 없다고 엄마를 불렀던 것이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번쩍'하고 번개가 쳤다.
그리고 평소 예준이가 바라본 엄마, 아빠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와 남편은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르지 않는 대신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마주 보거나 돌아볼 때까지 전등 스위치를 켰다 껐다 반복했던 걸 예준이가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다.
"아, 우리 엄마 아빠는 이렇게 서로를 부르는구나."
농인을 호출할 때 필요한 에티켓 몇 가지가 있다. 갑자기 등을 두드리거나 어깨를 툭 치면 놀랄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다가와 손짓을 하거나 실내 등을 껐다 켰다 반복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꼭 목소리로 부르지 않아도, 부를 수 없고 들을 수 없어도,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알아가는 일상은 필자에게 감동으로 와닿는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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