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동시대적 교회 음악과 하나님 나라'를 모토로 한국에서 시작된 '찬양과 경배' 운동이 어느덧 25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이를 기념해, 워십리더들과 함께 찬양의 역사와 현실을 살피고 미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첫 시작으로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1세대 지도자이며, 현재 '다리 놓는 사람들'과 문화연구원 '소금향' 대표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정관 목사를 만났다.
- '찬양과 경배' 운동이 거둔 결실은 무엇인가
"가시적 변화로는 전통 클래식과 현대 음악이 혼합된 '블랜디드(blended) 예배' 형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과거 예배는 설교 주제에 맞춰서 구성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블랜디드 예배를 통해 '먼저는 찬양으로 하나님을 높이고, 다음에 말씀을 듣는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다양한 곡들과 함께 각종 기독 밴드와 음반 자켓 디자이너, 공연 기획자 등이 생겨났고, 연극인과 무용가들도 함께하게 됐다. '찬양과 경배'는 기독교 문화 전반을 확대시켰다. 특히 풍성해진 기독교 문화와 '찬양과 경배'가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의 실현'에 대한 갈망은 수많은 청년들을 선교에 헌신케 했다."
- 지난 25년을 돌아볼 때에 아쉬운 점도 있지 않나?
"'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 외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표현인데, 한국에서는 특별한 기독교 음악의 장르로 이해하는 것 같다. 서구에서는 크리스천 음악의 큰 테두리 안에 CCM도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한국은 크리스천 음악의 폭이 좁아서 마치 CCM이 모든 크리스천 음악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친다.
'CCM 트렌드'는 전통적인 기독교 클래식 음악과의 갈등을 유발시켰다. 예배 형식도 이러한 유행에 따라 변화됐는데, 각 교회와 교단의 '영적 전통 기억'이나, 신학적인 검토 없이 너무 유행만을 좇았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야 젊은이들이 오니까'라는 논리로, 너무 쉽게 전통을 무너뜨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외국의 경우 보수적 교단들은 천주교인가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복잡한 의례를 지켜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 클래식과 동시대 음악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음악의 추세로 볼 때 클래식은 대중음악에 완전히 밀렸다. 클래식 음악인들 안에는 '대중음악에 시장과 사람을 빼앗겼다'는 상실감과 분노가 있는데, 교회도 마찬가지다. 청년부에 이어 본 예배까지 찬양팀에 내준 것이다. 찬양팀 역시 교회에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격지심과 아픔이 있다. 동시대적 곡과 클래식 곡들의 균형을 이루려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음악적인 면에서 볼 때 이 둘이 함께 있는 것이 깔끔하지는 못하나, 긍정적으로 보면 예배가 풍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랜디드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이 많은데, 전통적 문화에 '새 것'이 도입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성가대와 찬양팀의 역할을 서로 인정하고 조율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 찬양계의 현실과 미래 방향을 듣고 싶다
"침체기다. 대다수 찬양사역자들은 설 자리가 없다. 생계가 어려운 찬양사역자들은 신학교 가서 목사가 되어 찬양사역도 해나가고, 일반음악을 오가며 활동하기도 하고, 학원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기도 하고, 개인레슨도 한다. 공연과 음반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희박하다.
김범수, 신보라, 박정현 등 많은 스타들도 CCM의 수혜자라고 보는데, 크리스천 대중 가수들과 CCM 가수들이 함께하는 무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크리스천들이 사회 곳곳에 있기 때문에 마음만 있으면 그런 장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복을 '연말 시상식에 올라가는 것'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수 션과 같이 음악을 넘어선 기독교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 저작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저작권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회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교인 수와 찬양 횟수에 따라 기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부 대형교회가 저작료를 내는 데에 솔선수범하여 그 통로 역할을 할 단체와 웹사이트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의식이 있으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적으로 이뤄져가겠지만, 교회가 문화 확산을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해 줬으면 한다."
- 후배들에게 할 조언이 있는가
"70~80년대 큰 추수기가 끝나고, 현재는 다가올 추수기를 준비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찬양문화가 옛날처럼 화려하게 꽃필 수 있는 시기는 아닌데, 이럴 때일수록 찬양사역자들이 모여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꿈꾸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대중음악인들은 서로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공연 끝나면 짐 싸서 들어가지만, 찬양 사역자들은 공연이 끝나면 서로 포옹하며 위로하고 격려한다. 선배와 후배들이 만나는 교제의 자리도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 최근 '소금향 토크 콘서트'를 통해 이러한 자리를 만들고 있다. 후배들은 '이 길로 들어서면 내 삶이 성공하겠다'가 아닌, '고생하겠지만 부르심을 따라 끝까지 이 길을 가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배고프더라도 파이팅하는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